돼지고기 두어 근 끊어왔다는 말 안도현 어릴 때, 두 손으로 받들고 싶도록 반가운 말은 저녁 무렵 아버지가 돼지고기 두어 근 끊어왔다는 말 정육점에서 돈 주고 사온 것이지마는 칼을 잡고 손수 베어온 것도 아니고 잘라온 것도 아닌데 신문지에 둘둘 말린 그것을 어머니 앞에 툭 던지듯이 내려놓으며 한 마디, 고기 좀 끊어왔.. 내가 좋아하는 시와 글 2018.02.02
굽이 돌아가는 길 박노해 올곧게 뻗은 나무들보다는 휘어 자란 소나무가 더 멋있습니다 똑바로 흘러가는 물줄기보다는 휘청 굽이친 강줄기가 더 정답습니다 일직선으로 뚫린 빠른 길보다는 산 따라 물 따라 가는 길이 더 아름답습니다 곧은 길 끊어져 길이 없다고 주저앉지 마십시오 돌아서지 마십시오 삶은 가.. 내가 좋아하는 시와 글 2018.02.02
주부가요열창 양정자 주부들이 모처럼 TV에 나와노래 하나에 목숨 건 듯 간절히열창하는 걸 보면너무도 애처로워 가슴 애립니다 밥과 찬설겆이 통, 빨래 통에 한 생애를 처박고 저 많은 재능, 열정 삭히느라그 동안 얼마나 많은 번민 하였을까 호소하는 듯 애원하는 듯 나긋나긋한 목소리지난 삶의 온갖 한의 .. 내가 좋아하는 시와 글 2018.02.02
추천사 서정주 春香의 말 壹 香丹아 그넷줄을 밀어라 머언 바다로 배를 내어 밀듯이 香丹아, 이 다소곳이 흔들리는 수양버들 나무와 베겟모에 놓이듯 한 풀꽃 더미로 부터 아주 내어 밀 듯이, 香丹아, 珊瑚도 집도 없는 저 하늘로 나를 밀어 올려 다오. 彩色한 구름같이 나를 밀어 올려 다오. 이 울렁이는.. 내가 좋아하는 시와 글 2018.02.02
반통의 물 나희덕 "어리석은 사람은 반쯤 담겨진 그릇의 물과 같고 지혜로운 사람은 가득찬 연못의 물과 같다는 말이 있다. 그 말에 비추어보아도 나는 역시 반통의 물에 가깝다. 스스로 충만해서 일렁임이 없기를 바라는 것은 너무 큰 욕심일 것이고, 반쯤 모자라 출렁거리고 사는 어리석음이 나는 그다지 .. 내가 좋아하는 시와 글 2018.02.02
섬진강 23 김용택 할머님은 아흔네 해 동안 짊어진 짐을 부리고 허리를 펴 이 마을에 풀어놨던 숨결을 구석구석 다 거둬들였다가 다시 길게 이 작은 강변 마을에 골고루 풀었습니다. 할머님이 살아 생전 밤낮으로 보시던 할머니 나이보다 더 늙고 할머니 일생보다도 더 만고풍상을 겪어낸 뒷산 귀목나무. ".. 내가 좋아하는 시와 글 2018.02.02
참깨를 털면서 김준태 산 그늘 내린 밭 귀퉁이에서 할머니와 참깨를 턴다. 보아하니 할머니는 슬슬 막대기질을 하지만 어두워지기 전에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젊은 나는 한 번을 내리치는 데도 힘을 더한다. 세상사에는 흔히 맛보기가 어려운 쾌감이 참깨를 털어내는 일엔 희한하게 있는 것 같다. 한 번을 내리.. 내가 좋아하는 시와 글 2018.02.02
사무직의 의미 사무실에선 절대 어떤 의민지 모른다. 나도 박노해 시를 읽을 때 사무직 출세? 이해가 안 갔다. 아름다운 고백 박노해 사람들은 날보고 신세 조졌다고 한다 동료들은 날보고 걱정된다고 한다 사람들아 나는 신세 조진 것도 없네 장군이 이등병으로 강등된 것도 억대자산 부도난 것도 관직.. 내가 좋아하는 시와 글 2018.01.31
박노해 글 1,950km를 달려 집에 왔다. 너무 권선생 혼자 고생하는 것 같아 초등학교 카페에 올렸던 글을 복사했다. 진평 왕릉은 내 ‘사람’이 어떠해야 하는 지를 깨우쳐줍니다. 화려해야 눈에 들어오고, 장식이 많고 특출한 형상을 해야만 대단한 것으로 우러르는 이 시대의 천박한 안목으로는 진평.. 내가 좋아하는 시와 글 2018.01.31
이런 순간이 있었는가 도종환 차가운 길가에 옹송거리며 저희끼리 모여 있는 나뭇잎들, 늦가을 저녁 서늘한 밤공기의 느낌, 저무는 저녁 햇살을 받고 서 있는 억새풀의 굽은 어깨, 멀리서 보이는 동네입구 느티나무의 넉넉한 자태, 눈에 갇힌 산골마을의 외딴 집에서 솟아오르는 굴뚝 연기, 내색하지 않고 속으로만 좋.. 내가 좋아하는 시와 글 2018.01.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