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들이 모처럼 TV에 나와
노래 하나에 목숨 건 듯 간절히
열창하는 걸 보면
너무도 애처로워 가슴 애립니다
밥과 찬
설겆이 통, 빨래 통에 한 생애를 처박고
저 많은 재능, 열정 삭히느라
그 동안 얼마나 많은 번민 하였을까
호소하는 듯 애원하는 듯 나긋나긋한 목소리
지난 삶의 온갖 한의 역정이 깔려 있습니다
움켜 잡은 뜨거운 두 손에서 숨어 새어 나오는
고통의 갖은 양념 내
온몸에 절어 있는 슬픔의 된장 냄새 김치 냄새
자신의 밑바닥까지 버려 없애고
모든 것 참고 견디며
따뜻이 보살펴야만 하는
여자의 둥그런 인내, 체념, 관용도 보입니다
일흔의 일곱 번이라도 참아야 하는
저들의 썩어 문드러진 내장도 죄다 보입니다
한 순간 만이라도 삶의 고통 잊고자 하는
저 간절한 기도 속
날아오르는 푸른 새의 날개 짓 처절합니다
저들은 노래 부르고 있지 않습니다
흐느껴 깊이 울고 있습니다
인생은 한번이다. 이렇게 들 살면 안된다. 고운 것만 보고,
좋은 소리만 듣기도 모자란 것이 우리 여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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