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 쓴 글 244

아줌마를 위하여 윤진화

배추를 사서 김치를 담그자. 칼을 긋고 벌린다. 은밀한 속살에서 원시 림의 향기가 살아 다른 몸으로 전이된다. 이 참을 수 없는 원 죄를 꼭 붙들라, 누군가 성호를 긋고 있다. 배추를 벌리고 소금을 넣으며 떠올리는 야릇한 경계, 신을 모방하는 손길. 대개 배추는 속부터 간이 들어야 제 맛이다. 신은 내 머리를 벌리고 밀어 넣는다. 채 썬 무, 엇비슷한 키를 가진 갓을 섞어 밀어 넣는다. 대개 본연의 형태를 저버린 것들이지만 그것들이 속을 더 꽉 채운다. 그래, 그렇다 치자. 사내인 당신이 나를 가르고 내 속을 채우던 날을 기억하자. 짜디 짠 눈물과 젓갈을 버무려 넣는다. 그 속에 매운 고추, 파, 다진 마늘을 넣는 것은 기본이다. 그것은 신도 알고 나도 안다. 가끔은 달콤한 과일을 넣는다. 혀를..

옛날에 쓴 글 2025.04.26

나딘 스티어

그때는 더 많은 실수를 저지르고..긴장을 풀고 몸을 부드럽게 하리라. 내가 만약 인생을 다시 살 수만 있다면지난번 살았던 인생보다더 우둔하게 살리라. 되도록 심각해지지 않고..좀 더 즐거운 기회들을 잡으리라. 여행도 더 자주 다니고석양도 더 오래 바라보리라. 산에도 더 자주 다니고강에서 수영도 해야지. 아이스크림도 많이 먹고먹고 싶은 것은 참지 않고 먹으리라. 그리고 이루어지지도 않은과거와 미래의 상상 속 고통은가능한 피하리라. 내가 만약 인생을 다시 산다면오랜 세월을 앞에 두고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대신..순간을 맞이하면서 살아가리라. 아! 나는 지금까지많은 순간들을 맞이했지만.. 다시 인생을 살 수만 있다면.. 그때는의미 있고 중요하며,깨어 있는 순간들 외에,의미 없는 순간은 갖지 않으리라. 그리고 아..

옛날에 쓴 글 2025.04.26

수도사

죽을 만큼 사랑했던 사람과모르는 체 지나가는 날이 오고한때는 비밀을 공유하던 가까운 친구와 전화 한통 하지 않을 만큼멀어지는 날이 오고또 한때는 죽이고 싶을 만큼 미웠던 사람과 웃으며 볼 수 있듯이 시간이 지나면 이것 또한 아무 것도 아니다.변해 버린 사람을 탓하지 않고떠나 버린 사람을 붙잡지 말고,그냥 그렇게 봄 날이 가고 여름이 오듯이... 내가 의도적으로 멀리 하지 않아도 스치고 떠날 사람은 자연히 멀어지게 되고 내가 아등바등 매달리지 않더라도 내 옆에 남을 사람은 무슨 일이 있더라도 내 옆에 남아준다. 나를 존중하고 사랑해주고 아껴주지 않는 사람에게 내 시간 내 마음 다 쏟아 상처 받으면서 다시 오지 않을 꽃 같은 시간을 힘들게 보낼 필요는 없다. 비바람 불어 흙탕물 뒤집어썼다고 꽃이 아니더냐. ..

옛날에 쓴 글 2025.04.26

Return to me

부활절 연휴가 월요일까지인 줄 몰랐다. 우연히 유투브에서 추천받은 영화다. X 파일 데비드 듀고브니와 미니드라이버가 주인공이다. 유명한 배우들이지만 이 영화에선 중요하지 않다. 첫째, 전 주인이 기증한 심장을 알아보는 동물 오랑우탕과 개가 놀라웠다. 영화니까 설정이겠지만 심장 박동을 동물들이 기억하니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보였다. 또한 심장을 이식받은 타인이 남편을 처음 보고 우리 어디서 보았나요 하고 물어본다. 이것도 사람의 마음이 90% 이상 심장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조연으로 나온 할배, 할매들이 주인공을 위해 마당에 음악도 배경으로 켜고, 자리도 피해주고, 전화를 찾으러 왔을 때 카드도 같이 치는 디테일도 좋았다. 조실부모하고 심장병을 앓는 손녀를 키워주고, 매일 기도해서 심장 이식까지 받고, 심장..

옛날에 쓴 글 2023.04.11

광주군 전원주택

1992년부터 살았던 집이다. 2011년 광주시에 물난리가 나서 모처럼 살던 동네 이야기를 들었다. 이 땅을 소개해준 아래집에 살던 어르신이 5월에 돌아가셨다고. 그건 일찍 들었고, 그런가 했다. 연세도 칠십을 넘어 꽤 되셨으니.. 근데 죽을 때까지 혼자 살면서 끼니를 해결했다고 한다. 동네에 큰 아들 내외가 살고, 멀잖은 이천에 둘째, 서울에 딸들이 산다. 자기가 갖고 있는 땅 지적도 등본을 떼면 교과서 두께로 나온다던 땅부자다. 충청도 논이 평당 8천원할 때 광주군 논은 20만원이 넘었다. 곤지암에선 몇십억을 넘는 재산가다. 도박 좋아하는 아들 꾀어 빚지고 패버려 인사불성을 만들어놓아, 땅 팔아 해결하고, 자동차회사 다니는 둘째, 증권회사 과장 시켜 몇억 날리게 하여, 또 땅 팔아 해결하고, 이혼하고..

옛날에 쓴 글 2022.1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