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추를 사서 김치를 담그자. 칼을 긋고 벌린다.
은밀한 속살에서 원시 림의 향기가 살아 다른 몸으로 전이된다.
이 참을 수 없는 원 죄를 꼭 붙들라, 누군가 성호를 긋고 있다.
배추를 벌리고 소금을 넣으며 떠올리는 야릇한 경계,
신을 모방하는 손길. 대개 배추는 속부터 간이 들어야 제 맛이다.
신은 내 머리를 벌리고 밀어 넣는다.
채 썬 무, 엇비슷한 키를 가진 갓을 섞어 밀어 넣는다.
대개 본연의 형태를 저버린 것들이지만 그것들이 속을 더 꽉 채운다.
그래, 그렇다 치자. 사내인 당신이 나를 가르고 내 속을 채우던 날을 기억하자.
짜디 짠 눈물과 젓갈을 버무려 넣는다.
그 속에 매운 고추, 파, 다진 마늘을 넣는 것은 기본이다.
그것은 신도 알고 나도 안다.
가끔은 달콤한 과일을 넣는다.
혀를 속인다.
몸을 속인다.
익어가는 모든 것들은 맛있다.
알맞게 간이 밴 내 몸과 또 다른 배추를 찾으러 시장을 기웃하는 신처럼,
우린 맛있게 익을 권리와 의무가 있는 김치를 담근다.
이 시 쓴 윤진화인데요.
이리 정성스럽게 ...
다른 분들이 시 읽을 때,
도움이 될 것 같아요.
고맙습니다 ^^
오마나 영광입니다 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