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추를 사서 김치를 담그자. 칼을 긋고 벌린다. 은밀한 속살에서 원시 림의 향기가 살아 다른 몸으로 전이된다. 이 참을 수 없는 원 죄를 꼭 붙들라, 누군가 성호를 긋고 있다. 배추를 벌리고 소금을 넣으며 떠올리는 야릇한 경계, 신을 모방하는 손길. 대개 배추는 속부터 간이 들어야 제 맛이다. 신은 내 머리를 벌리고 밀어 넣는다. 채 썬 무, 엇비슷한 키를 가진 갓을 섞어 밀어 넣는다. 대개 본연의 형태를 저버린 것들이지만 그것들이 속을 더 꽉 채운다. 그래, 그렇다 치자. 사내인 당신이 나를 가르고 내 속을 채우던 날을 기억하자. 짜디 짠 눈물과 젓갈을 버무려 넣는다. 그 속에 매운 고추, 파, 다진 마늘을 넣는 것은 기본이다. 그것은 신도 알고 나도 안다. 가끔은 달콤한 과일을 넣는다. 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