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시와 글

굽이 돌아가는 길 박노해

한주환 2018. 2. 2. 01:15



올곧게 뻗은 나무들보다는 
휘어 자란 소나무가 더 멋있습니다 


똑바로 흘러가는 물줄기보다는
 
휘청 굽이친 강줄기가 더 정답습니다 


일직선으로 뚫린 빠른 길보다는 

산 따라 물 따라 가는 길이 더 아름답습니다 


곧은 길 끊어져 길이 없다고 
주저앉지 마십시오 
돌아서지 마십시오


삶은 가는 것입니다 
그래도 가는 것입니다 
우리가 살아 있다는 건 
아직도 가야 할 길이 있다는 것 



곧은 길만이 길이 아닙니다 
빛나는 길만이 길이 아닙니다 
굽이 돌아가는 길이 멀고 쓰라릴지라도 
그래서 더 깊어지고 환해져 오는 길 
서둘지 말고 가는 것입니다 


서로가 길이 되어 가는 것입니다
 
생을 두고 끝까지 가는 것입니다. 

근데, 올곧게 뻗은 나무숲(이쑤시개 병안 같이 빽빽하지)을 차로 3시간 가보면, 한국, 휘어 자란 소나무가 아주 귀하게 생각되지비. 여기선 비싼 정원수야. 
120년동안 나무를 베어내도 나무가 다시 커서 그대로라는 캐나다에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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