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시와 글

계란 한판 고영민

한주환 2018. 2. 2. 01:19
대낮, 골방에 쳐박혀 시를 쓰다가 
문 밖 확성기 소리를 엿듣는다 
계란 …(짧은 침묵) 
계란 한 판 …(긴 침묵) 
계란 한 판이, 삼처너언계란 …(침묵)…계란 한 판 
이게 전부인데, 
여백의 미가 장난이 아니다 
계란, 한 번 치고 
침묵하는 동안 듣는 이에게 
쫑긋, 귀를 세우게 한다 
다시 계란 한 판, 또 침묵 
아주 무뚝뚝하게 계란 한 판이 삼천 원 
이라 말하자마자 동시에 
계란, 하고 친다 
듣고 있으니 내공이 만만치 않다 
귀를 잡아당긴다 
저 소리, 마르고 닳도록 외치다 
인이 박혀 생긴 생계의 운율 
계란 한 판의 리듬 
쓰던 시를 내려놓고 
덜컥, 삼천 원을 들고 나선다. 

밴쿠버에 눈이 30센티 정도 쌓였다. 이것을 영어로 하면 Much snow is sticked to the ground by 30 cm.라 한단다. 모처럼 일도 없고, 집에서 하루 푹 쉬고 있다. 
현용이가 보내준 것과 다름없는 고교동창 문집, '그리움의 강'을 보다가 생각보다 늙은 친구들 사진을 보니 세월이 갔구나하고 무릎을 쳤다. 난 거울을 봐도 별 안 늙었는데.. 
젤 늙어 보이는 부산 친구에게 전화 한통 넣었다. 여름에 한번 뱅쿠버 놀러오라고.. 

너희들은 늙음, 안된다. 
그리고 놀러오너라. 3월부터 10월까진 밴쿠버 죽이니까..보고싶다. 다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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