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길가에 옹송거리며 저희끼리 모여 있는 나뭇잎들,
늦가을 저녁 서늘한 밤공기의 느낌,
저무는 저녁 햇살을 받고 서 있는 억새풀의 굽은 어깨,
멀리서 보이는 동네입구 느티나무의 넉넉한 자태,
눈에 갇힌 산골마을의 외딴 집에서 솟아오르는 굴뚝 연기,
내색하지 않고 속으로만 좋아하던 사람의 손을 처음 잡았을 때
손안에 쏙 들어오는 살의 감촉,
세상에는 글로 다 표현이 되지 않는 느낌들이 많다.
글 쓰는 사람이지만 정말 그것만은 아직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였다고 생각하는
그런 것들이 있다.
'씨크릿 가든'의 어느 부분 또는 그리그의 '솔베이지 노래' 첫 두 소절을 듣다가
여기서 그만 생을 멈추었으면 하는 생각이 드는 때가 있다.
앞으로 더 잘 살 것 같지 않아서, 남은 날들 그저 때 묻고 부끄럽고 욕되게 살다가
갈 것만 같아서 차라리 이쯤에서 제 살을 깎아 먹고 사는 삶을 멈추어 버리는 게
어떨까 그런 생각이 드는 날이 있다.
그러나 더 선명하게 그 느낌 그 이유를 글로 표현하려고 해도 잘 표현되지 않는다.
가슴을 후려치던 피아노 소리의 느낌,
그 낱 낱의 소리들을 따라가다 초 겨울의 낙엽처럼 길가에 마구 뒹굴고 말던
내 마음이 글로는 하나도 표현되지 않을 때가 있다.
내도 여기서 그만 생을 멈추었으면 하는 때가 있었나 생각해 본다.
그렇게 좋은 때가 있었을까?
속으로만 좋아하던 사람의 손을 처음 잡았을 때?
마법의 성이란 노래 첨 들었을 때?
그랬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