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km를 달려 집에 왔다. 너무 권선생 혼자 고생하는 것 같아 초등학교 카페에 올렸던 글을 복사했다.
허허롭게 트여 있는 개심사와 무위사 극락전의 단아하고 한적한 기품과 함께 진평왕릉은 항시 나에게 ‘열려 있으라, 열려 있으라’ 나직한 목소리로 나를 돌아보게 합니다. 에밀레 종은 뼈아픈 내 침묵, 절필 이후에 새롭게 시작할 나의 시가 어떤 울림을 지녀야 하는지를 깨우쳐줍니다. 장중하면 맑기 어렵고, 맑으면 장중하기 힘든 법이건만 엄청나게 큰 소리이면서 이슬처럼 영롱하고 맑은 울림. 참된 시는 날카로운 외침이 아니라 그 누구도 거부할 수 없는 ‘둥근 소리’여야 하지 않겠느냐, 길고 긴 여운을 지닌 소리여야 하지 않겠느냐, 그런 울림은 에밀레종처럼 정중하면서 유려한 형태의 아름다움과 20세기 첨단 기술로도 흉내 내지 못한 불가사의한 과학성과 혼신의 공력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겠느냐, 그래서 참된 시는 좋은 시인에게서 나오는 것이니 그만한 삶과 사상과 체험과 고난과 정진이 절실하게 차오를 때 에밀레종 소리 같은 맑고 장중한 울림의 시가 나오지 않겠느냐, 그렇게 내 귓전에 뎅 --- 울려오는 것입니다.
제가 처음 감은사 탑을 접했을 때의 충격과 감동은 영원히 잊지 못할 것입니다. - 박노해 산문 ' 삶의 대지에 뿌리 박은 팽창된 힘' 중에서 발췌 한글도 잘 쓰면 이렇게 예쁘다. 이걸 국어교과서에 실어야 하는데.. 이런 기대를 갖고 감은사 탑을 00년에 보러 갔더니 난 영 이렇게 안 보이더만, 내가 천박한 안목과 허세를 가진 거지. 그래도 한 번씩 보러가라.. 경주 위에 해저 왕릉 근처다. 너무 좋은 곳이라 지금도 눈에 선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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