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시와 글

사무직의 의미

한주환 2018. 1. 31. 18:10

사무실에선 절대 어떤 의민지 모른다. 나도 박노해 시를 읽을 때 사무직 출세? 이해가 안 갔다.


아름다운 고백

                               박노해

 

사람들은 날보고 신세 조졌다고 한다
동료들은 날보고 걱정된다고 한다

 

사람들아
나는 신세 조진 것도 없네
장군이 이등병으로 강등된 것도
억대자산 부도난 것도
관직에서 쫓겨난 것도
전무에서 과장으로 좌천된 것도 아니네

 

아무리 해봤자 12년 묵은 기술이야 몸에 살아 있고
허고많은 일자리 중에 좀 불편하면 어떤가
까짓거 애당초 배운 것 없고 가진 것 없어 기름쟁이되어
백년가라 빡빡 기어 봤자
사장이 되것는가
장관자리 하것는가
사무직 출세하것는가
한 서너달 감방 산들 살찌고 편하고 수양되데그랴
노동자가 언제는 별볼일 있었나
조질 신세도 없고 찍혀 봤자 별볼일 없네(이하 생략)


분당교통 버스기사할 때였다스물대여섯 먹은 정비사가 들어왔다근데 교대시간에 늦게 온다고 오십이 되는 나에게 잔소리를 하는 것이다버스가 10대, 7분 배차로 다 ,교대하려면 70분 걸린다.보통 내가 4호차 했으니 1호차 교대시간보다 28분 늦게 나와도 된다.


근데 동료 기사가 그렇더라. 그 아이가 정비하고 사무실을 본다고. 그래서 반말에, 잔소리한다고. 시내버스 회사에서 정년을 넘겨 마을버스로 온 60 넘은 할아버지 뻘에게 이십대 후반이 반말을 하는 권력은, 즉 사무실은 출세였다. 그때 박노해가 이해되었다.


관리직, 사무실 다 생산직, 현장 근로자에겐 이런 권력층이다. 평생 책상머리에 앉아 있는 사람은 자기가 얼마나 높은 지 모른다. 권력에 중독된 것이다. 아직 사무실에 있으면 무조건 감사해야 한다.


보너스는 그런 높은 사람이나 받는다는 걸 알아야 한다. 버스 기사? 보너스 한푼도 없다. 퇴직금 1달치를 안줄려고 12개월 되기 1달 전에 해고 예보하고 희망자에 한해 재채용하는 곳이 버스 회사다.


노선 총무가 어디 운전기사가 일 안하고 봉급 받을 생각을 하냐고 하더라. 가불해 달라고 했더니 그것도 신청하면 다 주는 게 아니다 라고 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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