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에 대하여 박상천 양말은, 발톱을 속에 숨기고 그것이 몰래 몰래 자라는 만큼의 분노를 키우고 슬픔을 키우고 적의를 키운다 지하도를 내려가며 다방을 나오며 악수를 하며 술을 마시며 바람 속에 이리저리 날리며 얼굴에 웃음을 띠울 때마다 어둠 속에서 몰래 몰래 발톱을 키운다 양말은 그러나 때 묻은 .. 내가 좋아하는 시와 글 2018.01.29
수제비 도종환 <시작메모> 그래도 그때는 매일 저녁 팔다 남은 멸치 부스러기를 넣어 끓인 국물에 수제비 정도는 끓여 먹을 수 있었습니다. 아버지를 찾아 어머니마저 떠난 뒤에는 먹을 양식이 있다 없다 했습니다. 아르바이트 해서 연탄을 사기도 했지만 그것으로 연명을 하기는 힘들었습니다. 저.. 내가 좋아하는 시와 글 2018.01.29
저문 강에 삽을 씻고 정희성 흐르는 것이 물뿐이랴 우리가 저와 같아서 강변에 나가 삽을 씻으며 거기 슬픔도 퍼다 버린다 일이 끝나 저물어 스스로 깊어가는 강을 보며 쭈그려 앉아 담배나 피우고 나는 돌아갈 뿐이다 삽자루에 맡긴 한 생애가 이렇게 저물고, 저물어서 샛강 바닥 썩은 물에 달이 뜨는구나 우리가 저.. 내가 좋아하는 시와 글 2018.01.24
오래된 것은 다 아름답다 박노해 시간은 모든 것들을 쓸어가는 비바람 젊은 미인의 살결도 젊은 열정의 가슴도 무자비하게 쓸어내리는 심판자이지만 시간은 아름다움을 빚어내는 거장의 손길 하늘은 자신이 특별히 사랑하는 자를 시련의 시간을 통해 단련시키듯 시간을 견뎌낸 것들은 빛나는 얼굴이 살아난다. 오랜 시.. 내가 좋아하는 시와 글 2018.01.24
찬 밥 안도현 가을이 되면 찬밥은 쓸쓸하다. 찬밥을 먹는 사람도쓸쓸하다 이 세상에서 나는 찬밥이었다. 사랑하는 이여 낙엽이 지는 날 그대의 저녁 밥상 위에 나는 김나는 뜨끈한 국밥이 되고 싶다 안도현이 원광 대학을 졸업하고 사립이었던 이리중학교에 국어선생이 되었다. 그는 다른 이들처럼 돈.. 내가 좋아하는 시와 글 2018.01.24
대추 한 알 장석주 봐라. 입안에 넣으면 가득이다. 종자가 다른 건지 토양이 비옥한 건진 모른다. 대추, 저게 저절로 붉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태풍 몇 개, 저 안에 천둥 몇 개, 저 안에 번개 몇 개가 들어서서 붉게 익히는 것일 게다 저게 저 혼자 둥글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무서리 내린 몇 밤, 저 안에 땡볕.. 내가 좋아하는 시와 글 2018.01.24
날랜 사랑 고재종 장마 걷힌 냇가 세찬 여울물 차고 오르는 은피라미떼를 보아라 산란기 맞아 얼마나 좋으면 혼인색으로 몸단장까지 하고서 좀더 맑고 푸른 상류로 발딱발딱 배 뒤집어 차고 오르는 저 날씬한 은백의 유탄에 푸른 햇발 튀는구나 오호. 흐린 세월의 늪 헤쳐 깨끗한 사랑 하나 닦아 세울 날랜.. 내가 좋아하는 시와 글 2018.01.24
저 강물 속으로 강원도 영월에서 문성개 쪽으로 몇 마장쯤 들어가면 무릉도원이라는 곳이 있다. 무릉이라는 마을과 도원이라는 마을이 한 한 마장쯤 격해 있는데, 구불구불한 산굽이를 타고 깎아지른 듯한 절벽 아래로 맑은 시냇물이 흐르고, 그 냇물 속으로는 가을 강의 단풍들이 어지러운 색동저고리.. 내가 좋아하는 시와 글 2018.01.24
겨울 강가에서 안도현 어린 눈발들이, 다른 데도 아니고 강물 속으로 뛰어내리는 것이 그리하여 형체도 없이 녹아 내리는 것이 강은, 안타까웠던 것이다 그래서 눈발이 물 위에 닿기 전에 몸을 바꿔 흐르려고 이리저리 자꾸 뒤척였는데 그때마다 세찬 강물소리가 났던 것이다 그런 줄도 모르고 계속 철 없이 철.. 내가 좋아하는 시와 글 2018.01.24
더 주지 못해 미안해 할 수 없다. ‘내’가 나라 구할 수 없고, 민족 살릴 수도 없다. 나 개인이 할 수 있는 만큼, 내 자리에서 “더 주지 못해 미안해” 그런 자세로 살다 가면 된다고 본다. 빛나는 시절 삶이 고달프고 재미난 일이 없어도... 가을이 깊어가고 있습니다. 이런저런 상실과 아픔으로 마음 쓸쓸해도.. 내가 좋아하는 시와 글 2018.0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