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시와 글

저문 강에 삽을 씻고 정희성

한주환 2018. 1. 24. 23:07


흐르는 것이 물뿐이랴


우리가 저와 같아서


강변에 나가 삽을 씻으며

 

거기 슬픔도 퍼다 버린다

 

일이 끝나 저물어

 

스스로 깊어가는 강을 보며

 

쭈그려 앉아 담배나 피우고

 

나는 돌아갈 뿐이다

 

삽자루에 맡긴 한 생애가

 

이렇게 저물고저물어서

 

샛강 바닥 썩은 물에

 

달이 뜨는구나

 

우리가 저와 같아서

 

흐르는 물에 삽을 씻고

 

먹을 것 없는 사람들의 마을로

 

다시 어두워 돌아가야 한다.



여긴 Fraser강이다. 한강이 아닌




한국 있을 때 좋아했던 시다.


시 자체가 좋아서가 아니라 서울대 출신인데도 교수 안하고 고교교사를 일부러 하신 분이 쓴 시라 좋아했었다. 도나 개나 다 대학교수 되는 70년대에 고등학교 교사로 운동을 하신 분이다.



삽은 안가지고 강변에 갔다. 집엔 물론 있다.

Fraser river는 강바닥도 안 썩었다.



록키산맥이나 근처 산에서 강으로 띄워 보낸 목재다. 삼나무, 전나무 등이다. 

아래 1,2km가면 제재소 있다. 다 건져서 2x4 같은 구조목을 만든다.



이건 바람에 뽑혀 버린 나무다. 건져서 강변에서 태울 수도 없으니 그냥 강에 떠있다. 버려진 거다.



운동하라고 강변에 산책용 고가도로 만들어놓았다. 경치도 보고, 낚시도 하라고

 


여길 가려면 이런 차도로 가야한다.



나무 색깔이 붉으레한 걸 보니 cedar, 삼나무다. 큰 원목은 수만불한다고 discovery TV에서 그렇더라. 아무도 맘대로 건져갈 수 없으니 저처럼 보관하는거지.



선생 하면서 삽 가지고 강에 간 시인보다 절박하게 산다.

상용직도 아닌, 일용직도 아닌,  날품으로.


그래도 슬픔은 퍼다 버렸다. 마음이 맑아지는 걸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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