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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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톱을 속에 숨기고 그것이 몰래 몰래 자라는 만큼의 분노를 키우고 슬픔을 키우고 적의를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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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도를 내려가며 다방을 나오며 악수를 하며 술을 마시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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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속에 이리저리 날리며 얼굴에 웃음을 띠울 때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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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 속에서 몰래 몰래 발톱을 키운다 양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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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때 묻은 얼굴로 돌아와 양말은 피곤해 쓰러지고 감춰졌던 발가락을 내려다 보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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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말이 키워 온 것은 분노도 슬픔도 적의도 아니다 아니다
그저 부끄러움 빈손으로 돌아올 수 밖에 없는 우리들 일상의 부끄러움만이 얼굴을 붉히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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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다음 날 아침 새 양말의 빨래 비누 냄새 속에 분노도 슬픔도 감춰지고 발톱이 자라는 만큼의 하루 분량의 꿈을 갖는다 우리는, 양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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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수록 제일 불쌍한 부위가 발이다. 안전화 속에서 하루 종일 고생하는 내 발..
굳은 살이 트고, 발톱은 두꺼워져 가고,젊었을 땐, 겨울에도 사발 물이 얼던 방안에서도 맨발이 이불밖에 나와야 잠을 잤는데, 지금은 발이 제일 춥다. 특히 뒤꿈치가. 수면 양말을 신고 잔다.
너희 발은? 내 발이 제일 나이를 느끼게 한다. 너희 꿈은? 아직 큰가? 발톱 크는 하루 분량은 아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