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영희 선생 그가 쓴 글을 올려본다. 작문법이다. 지식인이 내 손에 쥐어진 펜을 가지고 종이에 기록할 때 그 사고의 흐름이 종이에 이르기까지 자기 머리 속에서 나온 가장 잘 익은 사유가 나온다. 그 때 비로소 문장도 아름답고, 논리적 일관성이 있고, 문법적 정확성이 있다. 내가 직접 쓸 때는 쓰고.. 내가 좋아하는 시와 글 2018.01.31
접시꽃과 물방울 중학교 때 미술 선생님은 재미있는 분이셨습니다. 똑같은 이야기도 재미있게 하셔서 미술시간에는 늘 웃음이 넘쳐났으며, 실력도 좋아 아이들이 잘 따랐습니다. 수업 중에 설명을 하시면서 힘들이지 않고 칠판에 슥슥 그림을 그리셨는데 분필이 만들어내는 형상들에 감탄하며 공책에 따.. 내가 좋아하는 시와 글 2018.01.31
멸치 김기택 굳어지기 전까지 저 딱딱한 것들은 물결이었다 파도와 해일이 쉬고 있는 바닷속 지느러미의 물결 사이에 끼어 유유히 흘러 다니던 무수한 갈래의 길이었다 그물이 물결 속에서 멸치들을 떼어냈던 것이었다 햇빛의 꼿꼿한 직선들 틈에 끼이자마자 부드러운 물결은 팔딱거리다 길을 잃었.. 내가 좋아하는 시와 글 2018.01.30
5급수 탁류 속에서 도종환 그런데 일급수에 살던 물고기도 아니고, 오염에 저항하다 죽은 물고기도 아닌 채, 5급수 탁류 속에서 허리가 휜 채 살아 있는 물고기처럼 저희도 기형으로 살아 있는 건지도 모릅니다.저희도 그 물 속에서 몸을 보전하고 시를 놓지 않고 살아오는 동안 참으로 힘들었던 게 사실입니다.그래.. 내가 좋아하는 시와 글 2018.01.30
파장 신경림 못난 놈들은 서로 얼굴만 봐도 흥겹다 이발소 앞에 서서 참외를 깍고 목로에 앉아 막걸리를 들이켜면 모두들 한결같이 친구 같은 얼굴들 호남의 가뭄 얘기 조합 빚 얘기 약장수 기타소리에 발장단을 치다 보면 왜 이렇게 자꾸만 서울이 그리워지나 어디를 들어가 섰다라도 벌일까 주머니.. 내가 좋아하는 시와 글 2018.01.29
담양댁 글 우리 집에 놀러 온 지인의 아내가 우리 부부 모습을 보고 나서 한 말이다. 뭐 특별한 일없이 같이 밥 먹고, 과일 먹고, 시답잖은 말 몇 마디를 주고 받았을 뿐인데 이런 중늙은이 부부를 보고 단 하루를 살아도 그렇게 살고 싶다니 정작 당황한 건 나였다. 그 나이대 사람들 보다는 가진 게 .. 내가 좋아하는 시와 글 2018.01.29
죽란시사첩 정약용 살구 꽃이 처음 피면 한번 모이고 복숭아 꽃이 처음 피면 한번 모이고 한여름 참외가 익으면 한번 모이고 서늘한 초가을 서지(西池)에 연꽃이 구경할 만하면 한번 모이고 국화꽃이 피면 한번 모이고 겨울이 되어 큰 눈이 내리는 날 한번 모이고 세모에 화분의 매화가 꽃을 피우면 한번 모.. 내가 좋아하는 시와 글 2018.01.29
흑죽 손택수 습자지처럼 얇게 쌓인 숫 눈 위로 소쿠리 장수 할머니가 담양 오일장을 가면 할머니가 걸어간 길만 녹아 읍내 장터까지 긴 黑竹을 친다 아침 해가 나자 질척이는 먹물이 눈 속으로 스며들어 짙은 농담을 이루고 눈 속에 잠들어 있던 댓이파리 발자국들도 무리지어 얇은 종이 위로 돋아나.. 내가 좋아하는 시와 글 2018.01.29
개울과 바다 도종환 개울은 제가 그저 개울인 줄 안다 산골짝에서 이름 없는 돌멩이나 매만지며 밤에는 별을 안아 흐르고 낮에는 구름을 풀어 색깔을 내며 이렇게 소리없이 낮은 곳을 지키다 가는 물줄기인 줄 안다 물론 그렇게 겸손해서 개울은 미덥다 개울은 제가 바다의 핏줄임을 모른다 바다의 시작이요.. 내가 좋아하는 시와 글 2018.01.29
성공에 대하여 박성혜 자주 그리고 많이 웃는 것. 현명한 이에게 존경을 받고 아이들에게 사랑을 받는 것. 정직한 비평가로부터 찬사를 듣고, 친구의 배반을 참아내는 것. 아름다움을 식별할 줄 알며, 다른 사람의 좋은 점을 알아보는 것. 건강한 아이를 낳든, 한 뙈기의 정원을 가꾸든, 사회 환경을 개선하든, 자.. 내가 좋아하는 시와 글 2018.0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