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시와 글

바짝 붙어서다 김사인

한주환 2018. 3. 26. 09:05



굽은 허리가
신문지를 모으고 빈 상자를 접어 묶는다

몸빼는 졸아 든 팔순을 담기에 많이 헐겁다



승용차가 골목 안으로 들어오자
바짝 벽에 붙어 선다
유일한 혈육인 양 작은 밀차를 꼭 잡고

저 고독한 바짝 붙어 서기



더러운 시멘트 벽에 거미처럼

수조 바닥의 늙은 가오리처럼 회색 벽에
낮고 낮은 저 바짝 붙어 서기



차가 지나고 나면
구겨졌던 종이같이 할머니는
천천히 다시 펴진다

밀차의 바퀴 두 개가

어린 염소처럼 발꿈치를 졸졸 따라간다




늦은 밤 그 방에 켜질 헌 삼성 테레비를 생각하면
기운 싱크대와 냄비들

그 앞에 서 있을 굽은 허리를 생각하면
목이 메인다
방 한 구석 힘주어 꼭 짜 놓았을 걸레를 생각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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