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시와 글

충북선 정용기

한주환 2018. 3. 20. 09:52



다음 생에는
충북선 기찻길 가까운 산골짜기에
볕바른 집을 마련해야지.



3・8일에 서는 제천 장날이면
조치원 오송 충주를 지나오는 기차를 타고
터키석 반지를 낀 고운 여자랑
제천 역전 시장을 가야지.



무쇠솥에서 끓여 내는 국밥을 사 먹고 돌아다니다가
또 출출해지면 수수부꾸미를 사 먹어야지.
태백산맥을 넘어온 가자미를 살까
어떤 할미의 깐 도라지를 살까 기웃거리다가



꽃봉오리 맺힌 야래향 화분 하나 사고
귀가 쫑긋한 강아지도 한 마리 사서 안고
돌아오는 기차를 타야지.



손잡고 창 너머로 지는 저녁 해를 보다가
삼탄역이나 달천역쯤에 내려서 집으로 와야지.
아무도 눈치 채지 못하게 산 그늘로 숨어들어야지.



소쩍새 소리 아련한 밤이면

둘이 나란히 엎드려 시집을 읽을까,
스메타나의 몰다우를 들을까.
어쨌거나 다음 생에는
충북선 가까운 곳에 살아야지.



마지막 사진은 킬리만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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