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시와 글

담쟁이 도종환

한주환 2018. 3. 18. 22:37



저것은 벽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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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물 한 방울 없고 씨앗 한 톨 살아남을 수 없는
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
푸르게 절망을 다 덮을 때까지
바로 그 절망을 잡고 놓지 않는다



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담쟁이 잎 하나는 담쟁이 잎 수천 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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