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오기 전에 후배가 물어본다. 딸이 그림 좋아한다면서요? 하고
그런다고 했더니 친누나가 부천에서 화방을 한단다. 매형은 기자를 하다가 표구를 하고
같이 가자고 하더니 물감, 파스텔, 붓, 스케치북까지 듬뿍 집어 그냥 준다. 누나도 그냥 가져라가고 하고. 물론 같이 투자했던 주식이 망가지긴 했지만 기분은 좋았다.
한경 기자했던 남편은 지하에서 표구를 하는데 모든 나무를 다 알고 있어 철거예정된 빈집 동네에 가면 비싼 나무가 널려 있다고 하는데 인상이 깊었다.
화방이 될 자리가 아닌데 자리를 잡았네 하고 물어보니, 부천에 돈 좀 있고 시간 여유가 있는 주부들이 화실에서 몇달 공부하면 바로 화백이 된단다. 그래서 화구는 최고급으로 사고, 그림을 그리면 표구를 해달라고 해서 화방이 먼저 자리를 잡았고, 표구도 그래서 시작했단다. 인생 제2막에 그림 취미를 살려 바로 화가가 되는 만용?에 부천 변두리 화방 매출이 보장된 것이다.
대기업 전무로 퇴직한 동기가 그림을 그려서 올해 전시회를 열었는데, 전시회에 참가한 단체사진을 올렸다.
남녀비율이 5:11이다. 이 사진을 보고 2004년 부천 화방이 생각났다. 이 분들은 그냥 취미로만 했으면 싶다. 은퇴후 취미로 그림을 그리는 것은 좋은데, 화백이라고 최고급 화구를 사고, 화가라고 명함을 찍는 것은 허영심이다.
화방 여주인은 2년뒤에 애들하고 우리 집에 와서 공짜로 묵었고, 선물로 개량한복을 가지고 왔었다. 빅토리아 한인 민박에 가서 며칠 묵었는데 바가지를 써서 돈이 떨어져서 내 계좌로 후배가 송금을 했었다. 지금도 화방을 한다고 작년 후배가 그러더라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