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주절주절

남을 도우면서

한주환 2022. 1. 17. 02:32

살고 싶다. 부모, 형 둘이 다 죽었다. 집안에 최고령자가 된지 1년이 넘었다.

얼마 안 남은 인생이다.  살면서 알았던 것으로 남을 도와주자고 맘을 먹고 살았다.

 

마감목수 일도, 연장도 물려주고 싶었다. 승계하겠다는 헬퍼도 있었다. 현장에 쫓아 와서 일도 배웠고, 다니던 직장에도 추천해서 면접을 보게 해주었다. 떨어졌지만 내친 김에 BC주 북부로 취직을 시켜서 올라갔더니 결국 배반을 해서 인연을 끊었다.

 

변호사비가 비싸서 혼자 하는 이혼을 절실하게 원하는 분이 있다.  4년전에 겪은 일이라 흔쾌하게 도와주겠다고 나섰다. 그랬더니 남자에게 영주권을 주려고 가짜 결혼을 시켰던 이주공사가 증인 2명하고 그냥 결혼 신고를 해 봐라는 말에 본인이 흔들렸다. 오타와 연방정부가 그런 곳이 아니다, 변호사 없이 이혼하려면 ONLY ONE WAY다 했더니 보잔다. 그런데 독감으로 못 나온다고 취소했다.

재혼을 안 하고 싶냐고 몇 사람이 물었다. 당연히 아니다 했다. 왜? 20대 후반에 유행하던 결혼을 했더니 아이들이 생겨서 서른 살까지 키우고, 독립할 때가지 뼈 빠지게 고생했다. 다시는 반복하고 싶지 않다.

 

지금 혼자 사는 게 좋은데, 혹시 한국에서 밴쿠버로 이민을 오고 싶은 여성이 있으면 영주권을 내주는 가짜 결혼은 할 수 있다고 맘은 있었다. 

친구가 만나라고 해서 미혼으로 양호교사를 하다 퇴직한 국민학교 동창을 출국을 연기하면서까지 만났다. 혼자 살아온 게 짠해서 맘에 걸렸던 친구다. 고소, 밀폐 공포증으로 평생 비행기를 못탄 사람인데 이젠 운전도 못하고 걸어 다닌단다. 1년간 생각해 봐라 하고, 밴쿠버가 어떤지 주변에 물어봐라 하고 여지를 남기고 왔다.

여자? 남자와는 다르다. 같이 살려면 서로 맞추고, 양보하고 살아야 하는데 이젠 못한다.  지금 나이엔 아무리 예쁘고 날씬한 여자라도 전혀 관심이 없다. 띠동갑 아래인 친구를 시집보내자고 소개했는데 친구가 이해를 못한다. 무슨 관계?라는 의문이 배후에 있었다.

알던 인맥으로 한번만 도와주자는 건데.

할아버지, 할머니가 되어도 여전히 다른 남녀임을 알게 되었다. 속이 상한다. 아직도 남녀를 따지니. 그런 맘도, 몸도 아닌데..

 

'혼자 주절주절'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위에게 신체검사  (0) 2022.01.22
6번째 중매 실패  (0) 2022.01.19
금강산 철도  (0) 2022.01.10
멸공을 지금 하면  (0) 2022.01.10
러시아와 우크라이너  (0) 2022.0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