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 쓴 글

사파리가 그리워요

한주환 2018. 1. 23. 11:22

96년에 갔던 케냐 마사이마라가 아닙니다.



힐튼호텔에서 운영하는 마사이마라마 lodge 입니다. organizer라고 독방을 받았는데,

밤새 한잠을 못잤습니다. 울타리도 없는 별채에 혼자 있는데 아래엔 사자가 먹고 남은 뼈에서 인이 반짝거리고, 수만마리 물소가 울고 정말 사자가 언제라도 방안으로 들어올 것 같았지요.




싱가폴에서 20불에 산 발렌타인 30년산을 마시면서 본 사파립니다.

토요타 파제로가 천정 전체가 열리게 개조되어 있어 고개를 내밀고..


근데 그리운게 이게 아닙니다.


캐나다 이민와서 처음 산 차가 safari였습니다. GM서 나온 97년형 사파리, 미니밴입니다.



9년이 지나서 차마 팔지 못하고 남을 주었습니다.


캘거리 모텔서 찍은 사진입니다.


캘거리, 보니빌, 도슨크릭 등등 안 돌아다닌 곳도 없습니다. 한번 나가면 몇천km를 달렸지요.

합판, 목재, 드라이월, 쓰레기도 수없이 많이 날랐습니다. 차가 주저앉을 정도로.



운전하면서 찍은 사진입니다.

반대편에서 오는 차도, 따라오는 차도 없이 깨어 있는 것은,

나, 사파리, 들판에 앉아있는 소, 말 뿐입니다. 이렇게 10시간을 갔습니다.



16만km일 때 이태리계 백인에게 6천불에 샀지요. 조지 W. 부시가 재선에 성공한 개표 날에.


넘길 때 30만km를 넘었더군요. 물론 트랜스미션을 바꾸었습니다. 22만km인가서..

그래도 엔진 조용하고 잘 나갑니다.

작년 9월에 세워놓았다가 올 7월에 시동걸었는데 배터리 연결하니 한번에 시동걸리고..


섭섭합니다. 같이 일하는 묵묵한 헬퍼였습니다. 영원히 배당을 요구하지 않는 익명의 투자자랄까.. 언제든 필요하면 도와주었고, 생계를 분담하다시피 했습니다. 최근 몇년간은 일년에 몇달만 운행했지만.


그래도 새 주인은 많이 탈 겁니다. 벌써 세차도 깨끗하게 했고,

주인을 잘 만난 것 같습니다. 사랑 받는 것 같아 좋았습니다.


언제든 필요하면 쓰게 해준다니 종종 만날 겁니다. 


이 엽전 두번 빌리니 렌트비 내라더군요. 다신 안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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