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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래시장에 들러 싱싱한 식품을 적당량 사서 바로 요리해서 먹는 생활이 반복되다 보면, 우리는 곧 냉장고가 어떤 존재인지 알게 된다.
냉장고는 인간을 위한 것이 아니라 자본을 위한 것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될 테니까. 냉장고와 대형마트는 공생 관계에 있다.
그리고 그 이면에는 냉장고를 대량생산하는 거대한 산업자본, 대형마트를 운영하는 거대 자본,그리고 그곳에 진열된 식품들을 대량으로 만드는 또 하나의 산업자본이 도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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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한 공생 관계 아닌가. 냉장고는 대량생산된 식품들을 전제하고 있고, 대량생산된 식품들은 냉장고가 없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이제야 냉장고와 대형마트 사이를 시계추처럼 왔다갔다하던 우리 모습이 제대로 눈에 들어온다. 그 사이에 가족들의 건강, 이웃과의 공동체 생활, 생태, 재래시장 그 모든 것이 파괴되고 있었고, 거대 자본은 그 덩치를 늘려갔던 것이다. 한국 철학자의 글이다.
냉장고가 자본의 첨병이면서 공동체 생활의 파괴자란다.
난 국민학교 3,4학년때부터 엄마 심부름을 하면서 자랐다. 3남1녀중 여동생을 둔 막내론 불가피했다. 여름이면 3,4일에 한번 김치를 담갔다. 담근 후 냉장고가 없으니 우물 속에다 끈으로 묶어 항아리 넣어놓고 꺼내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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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땐 동네에 냉장고 있는 집이 하나였나 그랬다. 열무김치 담글때 내가 빨간 물고추부터 돌절구에 갈기 시작한다. 마늘, 생강 들어가면 엄마가 씻은 열무, 파, 양파, 젓갈 넣어 절구에서 비볐다. 3일마다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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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박도 사면 얼음을 같이 사서 화채를 해먹거나, 우물에 넣었다가 몇시간이 지나야 먹곤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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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장고는 과학기술이다. 가사노동을 줄이고, 쉽게 부패하는 농수산물 수명을 늘려 보관하는 문명의 이기다.
아무리 대자본의 시대라 하더라도 자동차를 없애고 마차 타거나, 걸어다닐 순 없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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