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주절주절

의사가 본 K 방역

한주환 2020. 5. 10. 22:01

인천 의료원장인 조승연이 오마이 뉴스에 올린 기사다.

 

 

우선 정부가 기민하게 대응했다. 환자의 발생과 동선을 은폐해 초래했던 방역 실패에 대한 문책의 뼈아픈 경험은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투명하고 민주적인 정보 공유 방식을 선택하게 했다. 어설픈 감염병 대응 조직을 정비하고 대응 지침을 마련했다. 

 

 

끝없이 쌓이는 검체(檢體)를 처리하고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밀접 접촉자 관리를 위해 밤을 새운 공무원들의 동력 또한 메르스 사태 당시 혹독한 경험에서 나온 것이다. 다양한 분야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고, 흔들림 없이 원칙을 지키는 리더십을 발휘한 점은 높게 살 일이다. 

 


다음으로는 첫 환자부터 대구·경북 지역의 환자 대량 발생 때까지 주어진 한 달 가량의 여유였다. 

진단 키트 확충, 병상과 의료 장비 확보와 더불어 중국 상황을 관찰 분석하며 대응 방안을 모색할 시간을 벌었다. 지속적이고 강력한 봉쇄 전략과 더불어 급격한 환자 증가를 완만한 유형으로 바꾸어 우리 의료 체계가 감당할 여지를 가질 수 있었다. 

 

셋째, 엄청난 부담에도 전국의 공공 병원을 감염병 전담 병원으로 지정하고 입원 환자를 전격 분산시킨 결정은 탁월했다. 감염병전문병원이 하나도 없는 상황에서 대구·경북의 부족한 병상을 해소했고 국민을 안심 시킬 수 있었다. 

 


넷째, 민간 병원들의 대응도 훌륭했다. 메르스 사태 때 관리 소홀의 책임을 지고 삼성 의료원이 입었던 재정적 손실과 불명예를 지켜본 경험과 정부의 손실 보상 약속에 힘입어 미미한 환자 발생 징후에도 즉각 진료를 중단하고 의료진을 격리하는 등 선제적 대응에 나섰다. 

 

어느 나라보다도 의료진 감염이 적었던 것 또한 민간 병원의 적극적 협력 덕분이고 의료 시스템 붕괴를 막은 공신이었다. 또한 상급 병원들이 위중 환자 치료를 맡아 거점 공공 병원은 진료 부담을 줄이고 안정적 환자 관리가 가능했다. 


다섯째, 아이러니컬하게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2.6배에 달할 정도로 과잉 공급된 병상이 넘치는 감염 환자를 수용하는 데 기여했다. 일반 환자가 급감하자 일선 병의원에서는 남는 의료 인력을 감염병 현장에 투입할 여유가 생기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국난 때마다 발휘하는 시민 정신이 있었다. 위험을 무릅쓰고 자원한 전국의 의료진 덕에 턱없이 부족한 현장 인력을 보완하고 환자를 돌볼 수 있었다.

사재기를 볼 수 없고 공권력에 의한 강제 없이 사회적 거리 두기 운동에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놀라운 시민 의식은 세계인의 갈채를 받기 충분했다.  

 

이제 궁금한 게 풀렸다. 한국 의료계가 어떻게 기적을 일으켰는지

'혼자 주절주절'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정규직된 딸  (0) 2020.05.14
사회적 흉기 3개  (0) 2020.05.12
밴쿠버 태극기 2  (0) 2020.05.10
영국 수상이  (0) 2020.05.04
자장면의 진실  (0) 2020.05.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