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 쓴 글

자를테면 자르시오

한주환 2018. 2. 2. 01:08
사물은 평정을 잃으면 운다. 초목은 소리가 없지만 바람이 흔들어서 울고, 물도 소리가 없지만 바람이 쳐서 운다. 물이 뛰어오르는 것은 그것을 쳤기 때문이고, 빠르게 흐르는 것은 그것을 막아놓았기 때문이며, 끓는 것은 불을 지피기 때문이다. 또 금석(金石)도 소리가 없지만 그것을 두드리기 때문에 우는 것이다. 
사람이 말을 하는 것도 역시 그러하여 부득이한 상황이 된 후에 말을 하는 것이다. 노래하는 것은 그리워함이 있어서이며, 우는 것은 슬픔이 있어서다. 무릇 입에서 나와 소리가 되는 것은 모두 그 마음에 평정을 잃었기 때문이다. 
…자연의 계절변화도 또한 그러하여 잘 우는 것을 택하여 그것을 빌려 운다. 새는 봄을 울고, 천둥은 여름을 울며, 벌레는 가을을, 바람은 겨울을 운다. 사계절이 가고 오는 것은 분명 그 평정을 잃었기 때문일 것이다.” 

-고광민이 옮긴 한유 산문선 ‘자를 테면 자르시오’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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