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주절주절

씨도둑?

한주환 2024. 1. 9. 10:52

돌아간 모친이 달고 살았던 말이다. 씨도둑은 못한다고 선친과 닮는 자식들을 보면 항상 얘기했다. 선친이 현업에서 은퇴하고 더이상 운전할 필요가 없어져서 점심때 항상 돼지고기를 굽고 페트병 소주를 드셨다.

나도 일이 끝나면 안주는 돼지고기가 입에 맞는다. 다른 거로 바꿔봐도 영 아니다.

다만 소주대신에 맥주를 주로 마시고 겨울에만 와인을 곁들인다. 닮았다는 말이다.

폐암으로 돌아가기 전에 삼성 서울병원에 입원했을때 지하 식당 불고기 백반을 드시고 싶어했는데 환자는 출입이 안된다.

모친이 살림보다 외출을 좋아해서 찬장에 남아있던 묵은 찌게, 반찬이 많았는데 다음 끼니에 넣고 엎어서 끓였다. 이걸 선친이 매주 한번씩 찬장을 뒤져서 버렸다. 같은 국이나 찌개를 두끼 연속해서 드시질 않았다.

똑같다. 같은 국, 찌개 심지어 밥까지 연속해서 먹지 못한다. 밥, 라면, 국수를 번갈아 먹어야 한다. 연금 받는 나이가 되니 선친을 쏙 빼닮았다고 느낀다. 쨤밥하다 제대해서 무우를 넣은 닭도리탕을 집에 와서 끓였더니 선친이 맛있다고 연속 3일 닭을 사왔었다.

모친이 하는 음식이 입에 안 맞아서 끓였는데 선친이 너무 좋아했던 일이 생각난다. 그나저나 정말 씨도둑은 못한다고 실감하고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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