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3년에 공부한다고 마곡사 암자인 은적암에 갔는데 나무를 해주러 동네 주민이 올라왔다. 마곡사 주변 농지는 절 소유라 농민은 다 소작농이다. 같이 공양? 밥을 먹는데 그러더라. 어렸을 때 술을 취하게 마실 수 있는 사람은 동네에 한두명이었다. 막소주가 워낙 비쌌단다. 젊었을 때 그게 제일 부러웠다 하더라.
1983년 언제든지 소주 실컷 마실 수 있는 시대엔 충격이었다. 집에 돌아와서 선친한테 물어보았다. 그랬다 그러시더라.
이건 일제시대 이야기다. 조선의 증류주인 소주를 일본이 1916년에 주세령으로 가정에서 만들던 증류소주를 밀주로 금지하면서 대신 희석식 소주가 자리를 잡았다. 이건 발효주가 아닌 공장에서 만든 공업용 알콜이다. 주사 놀때 피부를 소독하는 알콜이란 말이다.
소주를 안주랑 매일 드셨던 선친은 72세에 돌아갔다. 장남? 고교부터 마시기 시작한 소주를 체육교사가 되어서도 운동장 사열대 아래 창고에 박스로 소주를 넣고 마시다가, 62세에 죽었다. 교수였던 둘째는 술로는 부산에서 누구에게도 안 진다고 마시다가 64세에 죽었다.
희석식 소주는 한국에서 금지를 시킨 일본도 지금은 없고, 북한도 없다. 증류식 소주만 판다. 유일하게 남한은 소주회사가 재벌이 되어 정부를 주무르니 금지는 커녕 전국민이 마신다.
25도에서 12도로 내려서 팔고 있으니 여자들도 맘대로 마신다.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남한만 이런 공업용 알콜을 팔고 마시고 있다. 식당 식탁에 빈 소주병이 열병 넘게 있는 게 보통이다. 이렇게 마시면 장담하건데 누구도 칠순까지 못 산다.
난 1992년부터 전원주택에 살면서 퇴근 후에 술을 안 마시고 집에 갔고, 2004년 이민온 후 소주값이 너무 비싸고 와인이 싸서 안 마신지가 30년이 넘었다. 증말 오래 살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