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살 때 제일 싫어했던 봉투다. 축화혼이라고 인쇄된 봉투!
왜 이런 천편일률적인 봉투에 축의금을 넣냐 하면서 누구야 결혼을 진심으로 축하한다고 가로로 써서 축의금을 넣어주었다. 신부 예쁘다고 쓴 적도 있었고
부의금은 글을 쓰기가 어려워 뒤에 이름만 적어넣었다. 아님 도장을 안 찍고 한자로 썼다. 최소한의 성의라도 보이려고.
해외 교포가 된 이후 카톡, 페이스북으로 오는 경조사는 무시하다가 올해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라는 상투적인 문구를 첨 올렸다.
부의금도 보내지 못하는 처지니 그냥 쉽게 관습을 따라가자 하고 포기했다.
본가에서 제일 위가 되었으니 죽음도 앞에 있으니 남의 명복을 받을 처지가 되었으니 인정했다.
육십년 넘게 지켜온 습관이 깨졌지만 만족한다. 한국살 때 뿌리고 온 경조금은 어차피 돌려받지 못하는 해외동포다. 이제 살 만큼 살았고, 살면서 옳고 그름이 중요하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 단, 깨끗하게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