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주절주절

할배, 망이 되면

한주환 2021. 9. 20. 11:20

이럴 줄 몰랐다. 밴쿠버 할배들은 은퇴했으니 맑은 날엔 무조건 골프를 친다.

여긴 그린피가 한국보다 훨 싸고, 연금이 많이 나오니 그렇다.

할배들끼리 18홀에 50불도 안 되는 내기 골프를 치면서 같은 멤버끼리 싸운다. 

touch, 타수를 속인다고 싸우고, 끝나고 상종 안하면 다행이다. 심하면 주먹질도 한다.

힘 있는 남자들이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할매들은 라인 댄스, 트랙킹 카페를 가입한다. 그런데 거기도 시기 질투가 있다.

쟤가 여기에 왜 왔데, 파마 안 했으니 가발이지 하면서 됫담화를 한단다. 그래서 서로 싸우고, 탈퇴하고 난리가 난단다. 떡을 해가도 맛이 있다고 시비, 김치를 담가서 나눠도 시비, 고맙다는 말대신 씹는단다. 그래서 생각 났다.

십여년전, 일이 없어서 블루베리 픽커를 했었다. 파운드당 25센트! 갔더니 한국 할배, 할매들이 도급 받은 것처럼 맡아놓고 매년 딴다고 한다. 근데 끌고 온 차는 벤츠, 렉서스라 물어 봤다. 왜 하세요? 했더니 살도 빼고, 손자 용돈도 주고, 한국도 간다고..

그런데 누가 왔는데 인사를 했냐 안 했냐로 매일 서로 싸웠다.

물론 매일 수확량은 내가 1등이었다. 근데 80불이 안되었다.

나이가 환갑이 넘으니 일제가 만든 한국민의 당파성론이 이해가 간다.

일을 안 해서 시간이 안 가니 누구라도 씹어야 한다. 영어가 안 되니 한국말로 스트레스를 풀어야 하는데 마땅한 상대가 만나는 동포다. 

 

할배나 할망이나 똑 같다. 난 이렇게 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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