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 선친이 누에를 치면서 잠실을 크게 했었다. 그 때 서울사는 외삼촌이
잠실 앞에 양계를 했었다. 한 3천마리? 되었다.
돌림병이 없을 때였는데도 닭들 끼리 횃대 싸움으로 매일 몇마리씩 죽었다.
이걸 매일 백숙으로 먹었는데 한 3년 넘었다. 닭만 보면 그 냄새가 뱃속에서
올라와서 안 먹었다. 고등때 집을 떠나 하숙을 했을 때 전기통닭이 대유행이었다.
그 골목을 피해서 다른 길로 갔다. 꺽하고 넘어오니까. 4,5년 동안 입에도 안 대었다.
그러다가 대학을 가니 켄터키 후라이드 치킨이 생겼다. 냄새 자체가 달라서 혹시?
하면서 한번 먹었다. 그후 자주는 아니지만 일년에 튀김만 한두번은 먹었다.
얘들 키우면서는 닭죽도 집에서만 가끔, 삼계탕은 광화문 유명한 집에서만 딱 한두번 먹었다.
이민 와서 켄터키 치킨이나 수퍼에서 파는 통닭은 먹었다. 튀김을 주로 먹었다.
그러다가 한국 가서 집 지을 때 혹시 하고 치킨집에 갔더니 닭이 삐쩍 말라 뜯을 살이 없더라. 한마리가 캐나다 반마리도 안된다. 양념도 입에 안 맞더라
아들이 극찬하는 이것도 안 맞아 안 먹었다. 황교익이 알려줘서 한국 육계는 1.5kg, 캐나다는 5kg인 걸 알았다. 영계를 너무 좋아하니 하림에서 이렇게 닭을 키우고, 한국 소비자들에겐 돼지, 소고기는 비싼 편이라 적당한 안주가 치킨이다 보니 치맥이라는 단어까지 생겼다.
회사 짤리고 나면 만만한 게 치킨집이니 방방곡곡에 빼곡하게 생기고, 망하고
한다. 한국적인 현상 몇개가 결합했다. 한남들 영계 좋아하고, 닭을 술 안주로 먹고, 직장 그만두면 만만한 창업인 점이 결합되어 폭발한 것이다.
어렸을 때 4,5년간 물리게 먹은 난 절대 닭고기가 끌리지 않는다. 한달에 1번? 먹을까 말까 한다. 삼계탕? 들어가는 인삼이 농약 덩어린 걸 알고는 다시는 안 먹었다.
이런 치킨집을 한국식으로 체인으로 운영하다가 헬스 인스펙션에 걸려 문 닫았다는 글을
보고 생각났다. 남들 평생 먹을 닭을 어렸을 때 다 먹어서 이젠 안 먹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