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시와 글

고추 임영석

한주환 2020. 10. 29. 11:11

늦가을 고추는 뿌리를 뽑아야

서리가 와도 얼지 않는다

 

 

땅에 뿌리를 박고 있는 고추는

늦가을 된서리 한 번 맞으면

땡땡한 열매가 모두 삭아 내린다

 

 

그래서 고추밭 농부는 서리가 올 때쯤

뿌리를 낫으로 자르거나 뽑아 둔다

악착같이 번성하겠다는 미련을 끊어 놓아야

발정을 멈추고 매달고 있는 고추를

뜨겁게 지켜내는 것이다

 

 

피도 눈물도 없을 것 같은 고추가

제 몸에 불을 질러 다 타 들어 갈 때까지

열매를 지킨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농부는 고추의 뿌리를 뽑아

허공에 걸어둔다

 

 

고추가 이런 영물인 줄 몰랐다. 그래선지 난 고추가 좋다. 특히 청양 고주! 야채다! 양념 아니고

 

 

땡땡한 열매가 삭아 내리게는 안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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