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생긴 영화감독이 명장이라고 여성을 강간하고 형사로 고소해서 패소했는데도, 민사소송을 했단다.
어떻게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고소, 민사 소송을 제기할 수 있을까 궁금했다.
한국 형법에서는 공연히 즉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전파 가능성이 있게 사실 또는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여,
명예를 훼손한 경우에 처벌을 받는다. 거짓 주장이 아닌 사실을 적시했다고 형법으로 처리하는 전세계에서
거의 유일한 나라다.
미국의 명예훼손(Defamation) 소송은 아주 특이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형사 사건이 되기 어렵다.
명예를 훼손당한 사람이 완전 유명인이거나 훼손에 관련된 행동이 개인을 넘어 대중을 상대로 한 공적인 의미가 없다면 검사실에서는 눈 하나 꿈쩍하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의 검사는 상당한 근거에 의해 범법적 사실이 있다고 판단될 때만 움직이고, 명예훼손으로 민원을 넣는다고 해서 반드시 사건을 조사해야 할 의무는 없다.
형사법으로도 그렇지만, 민사소송으로도 명예훼손처럼 증명하기 까다로운 사건도 없다.
결론부터 말하면, 명예를 훼손 당해 받은 피해를 숫자적으로 증명할 수 없다면 승소하기 어려운 사건이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정신적 피해보다는, 누구의 말이나 글에 의해 실제적이고 금전적인 손해를 본 경우 피해액을 숫자적으로 증명할 수 있는지가 사건의 승패를 가르게 된다.
또, 피해를 일으킨 말이나 글이 사실에 근거한 것인 경우엔 명예훼손이 성립되지 않는다.
이때, 개인적인 의견은 거짓으로 간주되지 않는다. 개인적인 의견은 주관적이기 때문이다.
이렇기 때문에 누군가의 말이나 글에 의해 이름이 더렵혀졌다고 해서 무조건 명예훼손 소송을 걸 수도 없고 이기기는 더욱 힘들다. 또 명예를 훼손 당한 사람이 일반인 인지, 정치인이나 연예인 등 공인 인지에 따라 사건을 증명하는 방법도 다르다. 일반인인 경우는 앞서 말한 것처럼 누군가에게 전달된 말이나 글이 거짓이며 그에 의해 실제적인 피해를 입었다는 것을 밝히면 된다. 그러나 이미 공적인 영역에 있는 사람은 그런 공격을 당할 것을 각오하고 공인이 되는 것이기 때문에 일반인이 갖추어야 할 법적 요소와 함께 명예훼손의 행위가 악의적 의도를 바탕으로 했다는 요소를 갖춰야 한다.
악의적 의도는 거짓을 거짓인 줄 알면서도 계속 되풀이하는 행위 등으로 입증할 수 있다.
악의성을 증명하지 않아도 된다고 해서, 일반인의 명예훼손 사건이 쉬운 것은 아니다.
공인의 경우, 명예훼손이 가져올 피해액을 더 쉽게 증명할 수 있다.
예를 들면, 할리우드 배우의 경우라면 누군가의 거짓된 글과 비방 때문에 박스 오피스에 나온 자신의 영화가 뜨지 못해 수익금에 얼마나 타격을 받았는지 증명하기가 수월할 것이다.
일반인의 경우에는 명예가 실추되어 인간관계가 무너지고 정신과 치료를 받았다는 것 말고도 실추된 명예 때문에 어떤 경제적 손실이 있었는지 밝혀야 한다.
명예 훼손으로 소송을 당한 경우, 가장 좋은 방어는 내가 전한 말이나 글이 거짓이 아니라는 것을 밝히는 것이다.
그러나 때에 따라 내가 한 말이나 글이 거짓이라 해도 명예훼손이 성립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
가장 좋은 예는 재판정에서 증인으로 나오는 경우이다. 증인으로서 자신이 알고 있는 데로 증언을 했는데, 그게 다른 사람의 명예를 실추 시키는 것이라도 명예훼손이 되지 않는다.
또, 증언으로 한 말이 알고 보니 사실이 아니더라도 명예훼손을 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런 경우 명예훼손 소송을 허락하면, 법정에서 증인들이 최대한 자신이 본 것이나 아는 것을 말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거짓인 줄 알고도 증언하면 명예훼손이 아니라 위증죄가 적용되겠지만 말이다.
요즘은 소셜 미디어의 발달로 퍼 나르기나 악플 달기 등으로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말들이 천파만파로 퍼지기가 너무 쉬운 것 같다. 그리고 타인에 대해 뒤에서 얘기하기를 좋아하는 것은 비단 한국인들 뿐만이 아니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명예를 지키고자 하는 개인의 권리도 중요하지만 표현의 자유는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웬만한 일은 명예훼손에 포함되지도 않는다.
유명인도 아니면서 자신의 명예가 실추되었다고 검찰로 뛰어가고, 검찰에서는 그것을 열심히 조사해야 하는 이유를 쉽게 이해하지 못하는 내게 그 검사는 그럴듯한 설명을 건넸다.
“신문고 제도 때문일 거예요. 백성이 북을 치고 민원을 올리면, 그 민원이 얼마나 근거가 있는지 상관없이 나라에서는 성심을 다해 조사하던 오랜 전통이 아직도 남아있기 때문이겠죠.”
신문고? 웃기지도 않은 대답이다. 한국 법은 강자를 위해 존재하는 것을 감추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