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겪어본 검사들 중 가장 선량하고 정직하며 인간미 넘치던 한 분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첫째 그 분은 고지식한 원칙 주의자에다 선배나 동료 검사로부터의 청탁 받을 때의 그 난처한 마음과 부담감을 잘 아는 터라 사촌형이 사기죄로 구속되었을 때 그 주임 검사실에 전화 한 통 하지 않으셨다.
그 어머니에게서 사건 이야기를 다 듣고서 “법리적으로 다툴 부분이 있으니 좋은 변호사 쓰면 무죄 받을 수 있겠네. 걱정하지 말아요”라고 한 게 다였다. 그 어머니가 무심한 놈, 무정한 놈 하며 서운해 하셨지만, 끝내 재판이 끝날 때까지 수사 검사와 공판 검사에게 일언 반구도 이야기를 꺼내질 않으셨다. 그 사촌 형은 검사님이 예측한 대로 무죄 판결을 받았다.
둘째 검사로는 드물게도 검사의 스폰서 문화를 부끄러워하셨다. 그 검사님은 남들이 들을까 봐 두려워 스폰서라고 하지 않으시고 스폰지라고 하셨다. “우리 부장님은 스폰지들하고 술 마시는 자리에 안 불러내고 결재도 수월한 편이니까 모시기 편한 축에 속한다”고 하신 기억이 난다. 그리고는 “결재 검토할 때 간단한 건 전화로 묻거나 지시하는데, 그런 부장님도 별로 없다. 조그만 것도 일일이 부장실에 불러다가 묻고 지시하면 너 얼마나 피곤할 줄 아나”고 덧붙이셨다.
그런데 그 부장님은 지역 유지에게서 호화 요트를 빌려 내연녀와 여행을 다녀 온 이야기를 하고 고위 공직자의 동생이 저지른 음주 뺑소니 사고를 봐주라고 지시한 부장이었기 때문에 나는 “검찰에서는 괜찮은 부장이 되는 게 참 쉽구나. 본인이 스폰서를 두고 부패하거나 말았거나 사건을 말아 먹거나 말거나 부원만 괴롭히지 않으면 괜찮은 축에 속할 수 있구나”고 생각했었다.
부장검사들은 1년마다 있는 정기 인사로 촉각이 곤두서 있었고, 그런 스트레스 상황에서 부원들을 괴롭히고 탈진하게 만드는 이들이 제법 있었다. 이런 저런 이야기가 많이 돌았는데, 서울 중앙지검의 어떤 평검사는 부장검사실에 불려가 크게 혼난 다음, 얼빠진 얼굴로 돌아와 사건 기록을 풀어서 창 밖으로 던졌다 한다. 말리는 실무관과 조사 계장에게 “부장님이 내 수사가 쓰레기라는데 버려야죠”라고 말했고, 실무관과 조사 계장이 땅바닥에 흩어진 기록을 찾아 주워 오느라 고생을 했다는 이야기였다.
한편 여검사들은 대체로 술자리를 좋아하지 않았지만, 남자 검사들 중에는 술자리 그 중에서도 스폰서가 베푸는 거나 하고 질펀한 술자리를 싫어하는 검사들은 드물었는데 그 분이 그러셨다.
여 검사들은 마지 못해 술자리에 참석했다가 별별 못 본 꼴을 다 겪어야 했다. 어느 부장검사가 폭탄주의 하나인 사정주를 만들었는데(맥주 잔을 랩으로 씌운 다음 이쑤시개로 랩에 작은 구멍을 뚫는데, 나중에 그 구멍을 통해 폭탄주가 치솟게 된다), 폭탄주가 부장검사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던 여 검사의 옷에 튀었다. 그러면 참석한 이들 중에 누군가는 꼭 “아이구 부장님 정력이 대단하십니다” 머 이 따위의 말을 하는 것이다.
어느 여 검사는 부산의 오션살롱이라는 룸살롱에서 부장검사가 룸살롱의 유흥 접객원을 초이스 하기 전에 첫 경험, 좋아하는 체위, 마지막 성매매에 대해서 말하게 하는 것을 들어야 했다. 어느 유흥 접객원은 자동차 본네트 위에서 강간당한 일을 첫 경험으로 이야기하는데, 그 여검사는 속으로 ‘X새끼들, 이러고 놀 거면 왜 집에 돌아가겠다는 것까지 막고 여길 데려와’하면서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그 술자리를 베풀었던 이는 바로 그 룸살롱이 있는 빌딩 오션 타워의 주인이었는데, 약 10여 년 후 검찰청에 피의자로 몸을 드러낸다. 그가 바로 부산 엘시티 사건의 이영복이다.
셋째로 엄청나게 성실한 분이셨는데, 일상이 오로지 일과 운동으로만 채워져 있었다. 어느 날 담당과에서 연락이 왔는데, 예금자 보호제도로 보호를 받을 수 있는 5000만원으로 잔고 한도가 설정되어 있는 계좌라서 급여 송금이 안 된다는 거였다. 재테크도 뭐도 모르고 일에만 몰두하는 분이어서 자신의 은행 잔고도 확인 안하고 지내시던 거였다.
그리고 “검사가 참 조로하기 쉬운 직업이야. 사시 합격이란 게 젊어서 길에서 지갑을 주운 격인데 많은 검사들이 그 뒤로 빼내 쓰기만 하고 채우지를 않거든”이라고 하시면서, 늘 나에게 “머리 좋은 사람이 찾아본 사람 못 당한다”라며 결정을 하기 전에 꼭 다시 확인하라고 강조하셨다. 실제로 “검사 생활 5년이면 민법을 모르게 되고, 10년이면 형법을 모르게 된다”는 말이 있다. 어느검사들은 야간주거침입절도죄는 징역형만 있는데 버젓이 벌금형을 받게 되는 구약식으로 기소를 하기도 하고, 상수원 보호 구역에서 금지된 어로 행위를 한 이에 대해서 법정형을 초과하는 벌금형으로 약식기소를 하는 과오를 저지르기도 했다.
그런데 이 분은 남들처럼 인사 운동도 안 하고 뒤에서 받쳐주는 이도 없는 지라 지청 부장을 마지막으로 하고 검찰을 떠나셨다. 검찰의 인사란 참 이해할 수 없는 것이어서 별장 성접대를 받는 김학의가 법무부 차관을 하고 친구한테서 4억원 주식을 받아 백억대의 부자가 된 진경준이 검사장을 하는데, 오히려 선량하고 정직한 검사들에게는 기회가 안 열리나 보다고 생각했다.
이 분은 다른 검사들처럼 높은 자리에 가겠다는 욕망으로 들 끊는 눈이 아니라 이 세상에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없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다는 쓸쓸한 눈빛을 하고 있었다. 내가 이 검사님의 가르침을 마음 깊이 받아들였더라면 지금 훨씬 나은 사람이 되었을 거라는 생각을 해 본다.
나도 처남 음주운전을 모른 채해서 장모한테 욕 먹은 검사도 알고, 폭탄주 좋아해서 왜? 했더니 스폰서가
사는 술자리에서 노 파트너, 노 2차, 노 안주라 술값이 싸니 시킨다는 검사도 안다.
사시 출신이라고 인텔리라고 기대하는 피의자를 일단 싸다구 때려서 일을 빨리 처리했던 습관이 마누라에게 붙어서
싸다구 때리다가 혼 내러 온 장모한테 손이 올라 가더라는 검사도 안다. 불기소 부터 사형까지 모두 재량행위이니
당연하다. 직장에 짤리는 걸 뻔히 알면서도 돈 주면, 피고에 이름을 알려주는 김해수 검사가 검사장이 되었고,
그걸 감싸는 고검 검사장도 보았다.
대한민국에서 유시민 말 맞다나 제일 썩은 조직이다. 검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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