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시와 글

껍질과 본질 변희수

한주환 2018. 2. 26. 01:34


한국에 열풍이 불더라.

알맹이보다 껍질을 좋아하는..



파뿌리도 넣고, 고추 꼭지도 긴 대만 짜르고 갓?은 남기고 주더라.

그래서 이런 시도 나왔네.



쳐다도 안 보던 껍질에 더 좋은 게 많다고

온통 껍질 이야기다



껍질이 본질이라는 걸 뒤늦게 사 안 사람들이

껍질이 붙은 밥을 먹고 껍질이 붙은 열매를 먹는다



이태 껏 깊숙한 곳에 있는 것이

본질인 줄 알고 나도 시퍼런 칼을 마구 휘둘렀다



연하고 부드러운 것에 집착했다

거칠고 상처받고 벌레 먹은 것들은 다 껍데기라고 도려냈다




본질은 함부로 닿을 수 없는 곳에나 있다고 믿었다

딴에는 죽어라고 후비고 팠는데



공부할 때도 연애할 때도 시를 쓸 때도 그랬던 것 같다

급하게 칼부터 밀어 넣었다



꼭꼭 씹어 볼 겨를도 없이

혀에 살살 감기는 것만 찾아다녔다




둘러 쓸 것도 하나 없이 맨 살로 덩그라니

나얹은 것 같은 날



허약한 내부를 달래주듯

껍질째 아작아작 사과를 먹는다

잘 씹히지 않는 본질을 야금야금 씹어 먹는다


한국서 집 지을 때 앞에 신바람 만두집이 있었다. 갈 때마다 양파 껍질 차를 주는데

고혈압을 고쳤다, 뭐를 고쳤다 하면서. 난 쓰레기로 만든 것 주지 마 하고 손사래를 치고,

준당뇨라고 현미밥 오래 먹었다. 근데 현미가 독성이 있다는 말도 있고..

그렇게 싸서 쌀 대신 먹던 보리가 훨씬 비싸졌더라만...


별별 소리 해도 알맹이가 영양분이 있고 몸에 좋다.

옛날에나 지금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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