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시와 글

오래된 농담 천양희

한주환 2018. 2. 25. 02:18




회화나무 그늘 몇평 받으려고

언덕 길 오르다 늙은 아내가

깊은 숨 몰아쉬며 업어 달라 조른다



합환수 가지 끝을 보다

신혼의 첫밤을 기억해 낸

늙은 남편이 마지 못해 업는다



나무 그늘보다 몇 평이나 더 뚱뚱해져선

나, 생각보다 무겁지? 한다



그럼, 무겁지                                                         

머리는 돌이지 얼굴은 철판이지 간은 부었지

그러니 무거울 수 밖에



굵은 주름이 나이테보다 더 깊어 보였다

 



굴참나무 열매 몇 되 얻으려고

언덕 길 오르다 늙은 남편이

깊은 숨 몰아 쉬며 업어 달라 조른다



열매 가득한 나무 끝을 보다

자식 농사 풍성하던 그날을 기억해낸

늙은 아내가 마지 못해 업는다



나무 열매보다 몇 알이나 더 작아져선

나, 생각보다 가볍지? 한다

그럼, 가볍지



머리는 비었지 허파에 바람 들어갔지 양심은 없지

그러니 가벼울 수 밖에

두 눈이 바람 잘 날 없는 가지처럼 더 흔들려 보였다
 


농담이 나무 그늘보다 더 더 깊고 서늘했다


우리는 머리는 돌이지 얼굴은 철판이지 간은 부었나, 

아니면 머리는 비었지 허파에 바람 들어갔지 양심이 없나,


나이 먹어가면서 체중이 줄면 위, 늘면 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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