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언가 잃어 간다는 것은
하나씩 성숙해 간다는 것이다
지금은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는 때.
돌아보면 문득
나 홀로 남아 있다.
그리움에 목 마르던 봄 날 저녁
분분히 지던 꽃잎은 얼마나 슬펐던가.
욕정으로 타오르던 여름 한낮
화상 입은 잎새들은 또 얼마나 아팠던가
그러나 지금은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는 때
이 지상에는
외로운 목숨 하나 걸려 있을 뿐이다.
낙과落果여,
네 마지막의 투신을 슬퍼하지 마라.
마지막의 이별이란 이미 이별이 아닌 것
빛과 향이 어울린 또 한 번의 만남인 것을.
우리는 하나의 아름다운 이별을 갖기 위해서
오늘도 잃어 가는 연습을 해야 한다.
나이 먹으면 잃을 줄 알아야 하지. 돈 낼 줄 알아야 하고, 입 닫을 줄 알아야 하고.
잃는 게 성숙하는 거라네.
그리고 우리 인생에서 마지막 죽음은 빛과 향이 어울린 만남이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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