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시와 글

10월 오세영

한주환 2018. 2. 25. 22:02




무언가 잃어 간다는 것은

하나씩 성숙해 간다는 것이다





지금은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는 때.

돌아보면 문득

나 홀로 남아 있다.



그리움에 목 마르던 봄 날 저녁

분분히 지던 꽃잎은 얼마나 슬펐던가.



욕정으로 타오르던 여름 한낮

화상 입은 잎새들은 또 얼마나 아팠던가



그러나 지금은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는 때

이 지상에는 

외로운 목숨 하나 걸려 있을 뿐이다.



낙과여,

네 마지막의 투신을 슬퍼하지 마라.



마지막의 이별이란 이미 이별이 아닌 것

빛과 향이 어울린 또 한 번의 만남인 것을.




우리는 하나의 아름다운 이별을 갖기 위해서

오늘도 잃어 가는 연습을 해야 한다.



나이 먹으면 잃을 줄 알아야 하지. 돈 낼 줄 알아야 하고, 입 닫을 줄 알아야 하고.

잃는 게 성숙하는 거라네.


그리고 우리 인생에서 마지막 죽음은 빛과 향이 어울린 만남이라네.

'내가 좋아하는 시와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껍질과 본질 변희수  (0) 2018.02.26
치자꽃 설화 박규리  (0) 2018.02.26
오래된 농담 천양희  (0) 2018.02.25
무릎에 대하여 이재무  (0) 2018.02.23
미국인의 꿈  (0) 2018.0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