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주절주절

오래된 이웃

한주환 2023. 5. 2. 23:19

을 오늘 14년만에 만났다. 처음 만난 땐 1996년 곤지암에서 살았다.

두 아이들이 동갑이고, 같은 학교에 다니니, 서울서 내려와 전원 주택에 산다고 먼저 찾아왔다. 엑스랑 부인은 절친이 되었다. 자주 보았다. 근데 IMF때 남편이 짤렸다.

한국서 엔지니어가 사십대 중반이 넘었으니 당연하다. 그러다 하청회사로 취직을 했다. 

1999년 3년만에 다시 짤렸다. 그래서 캐나다 이민을 신청했는데 집에 컴퓨터가 없어서 이웃집 PC를 빌려 기본서류를 번역하는데 이웃 아버지가 손님 대우한다고 같이 앉아 있다가 잔다고 한다. 그래서 회사 노트북을 몇 달 빌려 주었다. 그 때? 노트북은 한국에  100대가 안 될 때였다.

그래서 마닐라 캐나다 대사관 인터뷰가 면제되고 독립이민으로  PR card가 2000년에 나왔다. 

가냐? 하고 낙원상가 아구찜 식당서 물어보니 처가가 금은방을 하라고 한다면서 안 간다고 해서 무조건 가라 했다. 모두가 가지 말라고 하는데 나만 가라고 한단다.

캘거리가서 시급 $120 넘는 석유회사에 취직해서 돈을 잘 번다고 해서 2005년에 찾아 갔다.

밴쿠버 한인농장에서 쪽파, 호박, 열무를 사서 선물로 주었다. 나만 이민가라고 했던 말을 했더니 그랬던가요? 하고 오리발을 내밀고, 내일 아침 새벽 5시에 출근한다고 부인까지 오후 7시에 데리고 올라가 잔다.

아이들과 이야기하고 자고 부인과 다음날 아침부터 관광을 했다.  캘거리 근교에 아는 모텔에 메인트넌스 일이 있다고 연락이 와서 2009년에 가서 3개월 일을 했다. 남편이 추천해 줬지만, 이력서를 제대로 넣었고, 모텔 사장이 OK해서 취직했다.

부인이 엑스에게 옷도 주고, 밥도 사고 했었다. 그때는 참 고마웠다. 은퇴하고 몇년전에 밴쿠버로 집을 사서 이사왔고 남편이 아파서 부인이 옆에 있어야  한다고 엑스도 만나지 못한다고 애들이 이야기해서 알았다. 내 카톡에 대꾸가 없어 이혼했다고 안 보는 걸 알았다.

딸이 손자 때문에 아파트 2층에서 타운하우스로 이사를 가서 이사를 도와 주고 오후 2시 넘어 도와 준 젊은이들과 점심을 먹으러 갔다. 뒤에서 보니 남편인데 앞에 있는 할머니가 부인처럼 보이지 않아서 절대 아니구나 했다.  차에 연장을 가져다 놓고 다시 보니 맞다. 첫 인사가 왜 이렇게 늙었냐다. 그냥 참았다.

전화번호 교환이나 약속 없이 헤어졌다. 완전한 남남이다. 애들만 인사하라고 하고 밥먹고 나왔다. 그나저나 부인이 엑스보다 서너살 어린데 열살 더 늙어 보인다. 젊었을 때 압구정 현대백화점 점원으로 일 했던 한 미모를 했던 사람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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