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주절주절

죽는 이야기

한주환 2022. 10. 27. 06:50

대학 동기 부고를 듣고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코로나 발생전의 일본이다. 언택트 사회의 ‘끝판왕’ 같은 현상이 나타났다.

죽음마저도 남에게 알리지 않으려는 사람들이 생겨나고 있다. 생을 마감하기 전 일부러 자신의 물건을 정리하고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자 하는 사람들이다.  

NHK는 이렇게 ‘증발’된 신원 불명의 사망자가 2만 명에 이른다고 일본 경찰청의 통계를 인용해 보도했다. 일본 사회학자 아마다 조스케(天田城介) 주오(中央)대 교수는 “마지막까지(남과) 접촉하지 않으려는 현대 사회의 모습이 반영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Estate sale이란 사망한 부모 재산을 무빙세일처럼 파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안되니 20년간 쓴 연장을 정리하고 팔기 시작했다. 많이 팔았는데 아직 남았다.

애들 결혼식때 찍은 사진을 영정사진으로 쓰려니 너무 웃었다. 좋아서가 아니라 사진 찍는 아들 친구가 주문해서다. 그래서 다시 영정사진 찍으러 사진관에 가긴 그렇고 해서 구글해보니 셀카를 이멜로 보내면 영정사진으로 바꿔주는 사진관이 있다. 이발하면 양복 입고 셀카를 찍어서 보낼 것이다. 

선친이 임종을 앞두고 정리하지 못한 유산을 내 손으로 정리해 드렸다. 회사 주식을 팔아서 쓰고 가시라 했더니 아니다 하셨던 것이 생각난다. 애들에게 이런 일을 시키면 안된다. 모두 집, 연장, 옷 등등 깨끗하게 정리해 놓을 것이다.

강수연마냥 50대에 갑자기 죽어서 이런 사진을 쓰면 안된다. 세기의 미녀였는데. 죽을 준비를 안해서 이렇다.  

돌아간 부모를 지척에 묻었는데 제일 잘 나간 아들이 5년동안 벌초도 한번 안 하는 세상이다. 성남 화장장에서 뼈가루를 바로 앞 숲에다 뿌리고 가버리는 한국이다.

그래서 묘지와 장례식도 할 필요가 없다. 그냥 기억하는 사람들만 사는 집에서 조용히 기도? 또는 추억만 했으면 한다. 

조용하게 가고 싶다. 살면서 이거 저꼴 다 보고 살았다.

몇십년 지낸 설날, 추석 차례에 조상중 누구도 안 와서 선친 사망후 제사를 끊었다.

큰 형이 죽고 공원묘지에 화장했다고 해서 귀국해서 4년만에 가보니 직계 가족은 누구도 오지 않았다.

죽으면 남은 자식이, 아내가 이렇게 하는 것이 우리 인생이다. 조용히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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