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주절주절

하루를 살아도

한주환 2021. 3. 5. 13:17

이렇게 살고 싶어요

우리 집에 놀러 온 지인의 아내가 우리 부부 모습을 보고 나서 한 말이다. 뭐 특별한 일없이 같이 밥 먹고, 과일 먹고, 시답잖은 말 몇 마디를 주고 받았을 뿐인데 이런 중늙은이 부부를 보고 단 하루를 살아도 그렇게 살고 싶다니 정작 당황한 건 나였다.

 

그 나이대 사람들 보다는 가진 게 많은 사람. 학벌이면 학벌, 재물이면 재물, 부족함이 없는 이 부부에게 도대체 무슨 일이...들이대 놓고 물어보긴 그렇고 사람 행복하게 해주는 재주가 그쯤이면 금메달감이라고 얼렁뚱땅 농담으로 넘겼지만 애잔한 마음에 앞서 슬그머니 걱정부터 들었다.

 

부부 사이의 사연이 어찌 겉으로 보여지는 것이 전부랴.

그러나 불안정한 생계 때문에 수시로 천당과 지옥을 오가는 내 입장에선 도대체 먹을 것 걱정 없는 사람들이 왜 저렇게 힘들게 살까? 혀를 차게 되는 일이 한두번이 아니다.

이번에는 대충 짐작은 갔다만 보잘 것 없는 우리 부부 사는 모습도 눈물 나게 부러울 정도로 힘들구나 싶으니 마음이 무거워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러고 보니 똑같은 말을 15년 전에도 들었었다. 암수술을 마치고 집에서 요양중인 내게 문병을 온 친구는 힘들어 하는 나를 보고 한동안 말을 못 붙였다. 퉁퉁 부은 한쪽 팔을 살짝 건드려도 비명을 지르며 "아퍼, 아퍼..."하고 어린애처럼 울었으니 그 광경에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너무나 아파서 눈물을 뚝뚝 떨어뜨리는 나를 남편이 아기처럼 돌봤던 것 같다. 아픈 팔 다치지 않게 조심조심 뉘이고, 눈물 젖은 얼굴도 닦아주고 행여 목이 탈까 사과와 당근을 섞어 간 주스에 빨대를 꽂아 입에 대주고...한동안 소란이 끝나고 얼추 진정이 된 나를 두고 남편이 마루로 나갔을 때 친구가 그랬다.

 

 

"단 하루를 살더라도 너처럼 살고 싶다..."

 

사실 암환자인 마누라에 백수인 남편에, 너처럼 살고 싶다는 건 말이 안 됐다. 아마 그 친구 처지를 몰랐다면 저것이 나를 놀리는 건가 뭔가 오해하기 딱 알맞았는데 그 친구가 지금 얼만큼의 마음고생에 시달리는지 건너 들은 이야기가 있어 가슴이 아팠다. 

 

 사시는 집 마루 난로다.  담양댁이란 분이 쓰신 글이다.

바깥 양반은 민주화운동에 열심이셨던 투사이셨다.

반성 많이 했다. 행복이란 돈도, 학식도, 인물도 아니다. 사랑이지.

 

이렇게 살거다. 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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