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전부 혼 밥이다. 일주일에 한두번 빼고.
언제부턴가 혼 밥이라는 말이 일상에서 식상한 말처럼 유통이 되고 있다. 다음 어학 사전에도 올라와 있는데 뭐 누가 부가 설명을 해주지 않아도 이제는 다 아는 말이 되었다.
말이라는 것은 시대에 따라 생성되고 소멸되는 것이지만 이 혼 밥이라는 말은 지금의 세태를 봐서는 상하지 않고 유통 기간이 아주 길어질 것 같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우리 집만 해도 몇 식구 안 되는데 아침이고 저녁이고 온 식구 모여서 밥을 같이 먹을 때가 별로 없다. 특별한 날 생일이나 무슨 기념일이면 서로 날짜와 시간을 맞추고, 또 맞추고 몇 번의 조율을 하고 나서야 겨우 한 끼의 밥을 나눌 수 있다
어른도 아이들도 참 바쁜 시대에 살고 있다. 그래서 모두들 혼자서 밥을 먹는데 이건 배고파서 살기 위해서 밥을 먹는 것이지 음식을 음미하며 맛있게 즐기면서 먹는 밥이 아니다. 이렇게 구겨서 입으로 쑤셔 넣는 밥에서 무슨 즐거움을 찾을 수 있을까. 온갖 고기 반찬 산해진미라 한들 혼자서 먹는 진수성찬보다 찬 밥에 물 말아 풋고추에 된장을 찍어 먹더라도 다정한 이들과의 식사가 소화도 잘되고 몸의 흡수도 잘돼 건강에도 좋을 것이다.
시는 아무리 영양가 많고 좋은 음식의 풍성한 식탁이라도 사람 만한 음식 없다고 말을 하고 있다. 얼굴이 곧 맛있는 반찬인 것이다. 이웃과 친척을 "간식, 외식"으로 표현한 시어도 시와 잘 버무리어져 시의 맛을 더욱 맛깔스럽게 하고 있다.
신자유주의로 가족 식사가 안되는 것이다.
9 to 5의 정규직 근무로도 모자라, 알바를 통한 24시간 노동으로 전 국민을 고용하면서 생긴 일이다.
정년제가 없어지고 조기 퇴직으로 인한 이혼율 증가도 자본의 책임이고.
고상하게 노동시장의 유연화의 결과다. 그래서 혼밥이 유행하고, 1인 세대가 몇백만이 된 것이다.
이걸 어쩌고 하면서 쓴 시라 시는 뺐다. 윗 글은 시 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