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름의 끝에 나는 치과 의자에 누워 있었다
커튼이 쳐진 커다란 창으로 한줄기 양심의 가책 같은
따가운 아침 햇살이 수상스레 어른거리고
순서를 기다리는 고장 난 입들을 쳐다보며
나는 생각했다
비명을 지르며, 비명을 삼켜야 하는 입을
육체적 고통과 정신적 고통 가운데 어느 것이 더 견디기 힘든 가를
주인 몰래 그 캄캄한 동굴 속에서 하루하루 썩어 들어갔을 시커먼 사랑니를
내 몸에 박힌 너의 기억을 단숨에 뽑아 버릴 수 있다면
마취 주사를 맞지 않아도 좋겠지
어느 바늘이 날 찌를지
어느 핀셋이 부어오른 잇몸을 잘못 건드렸는지
나는 알지 못한다.
날 사랑하지 않는다는
당신의 아픈 그 말이 날카로운 못이 되어
가슴에 박혀 있었기에
아픔도 최면도 없이 삼십 몇 년의 생애를 들어냈다.
깨어나 나는 다시 물을 마시고
일어나 다시 나는 신문을 읽고
그래도 생각나면 사랑의 역사를 쓰고 또 지우리라.
빚 독촉하듯 치통 다시 도지면
고은 사건이후 최영미 시는 볼 수가 없다. 진보적인 남성들이 운영하는 출판사에선 기피인물이다.
창비사에서 운영하는 오늘의 시에서도. 근데 오늘 처음 올라왔다.
사진을 찾다 보니 운동권 전체를 성추행 집단으로 몰지 마라는 기사도 있다.
여럿이 같이 술 처먹다 주무르고 자위한 놈이 잘못이지.. 그걸 몇십년 눈감은 년놈도 똑같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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