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시와 글

화양연화 김사인

한주환 2019. 11. 15. 11:43

모든 좋은 날들은 흘러가는 것 

잃어버린 주홍 머리핀처



물러서는 저녁 바다처럼. 

좋은 날들은 손가락 사이로 래알처럼 새나가지 

덧없다는 말처럼 덧없이, 속절 없다는 말처럼이나 속절 없이.



수염은 희끗 해지고 

짓궂은 시간은 눈가에 내려앉아 잡아 당기지. 

어느덧 모든 유리창엔 먼지가 앉지 흐릿해지지. 



어디서 끈을 놓친 것일까. 

아무도 우리를 맞당겨 주지 않지 

어느 날부터. 누구도 빛나는 눈으로 라봐주지 않지.



눈 멀고 귀 먹은 시간이 곧 오리니 겨울 숲처럼 더는 아무것도

애 닯지 않은 시간이 다가 오리니


잘 가렴 눈물 겨운 날들아.

작은 우산 속 어깨를 겯고 꽃 장화 탕탕 물 장난 치며

슬픔 없는 나라로 너희는 가서 철 모르는 오누인 듯 살아가거라.

아무도 모르게 살아가거라.


장만옥도 늙지요? 빛나는 눈으로 보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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