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벚꽃 아래서
비슷한 머리 모양에 비슷한 옷가지를 걸치고 오종종한 가방을 든 노인네 들이
관광버스라도 기다리는지 옹송옹송 모여 서 있다.
서로의 얼굴을 마주 보며
가끔씩 다른 이의 어깨를 토닥여 주고 구겨진 옷깃을 펴주기도 하며
몇 십년 젊었던 시절의 넘치던 욕심과 미움과 노여움이
이제는 다같이 늙어버린 육신 끼리 끼리의 어울림 속에서
벚꽃 잎처럼 가볍게 흩날려 가는가 보다
보름 가까이 죽은 득 누워 사경을 헤맨 시아버님,
깨어난 뒤 얼굴 보고 그냥 우신다
마음 굳게 먹으세요, 한 마디가
무신 소용이 되랴
그냥 놀란 거다
그냥 서러운 거다
그냥 겁나는 거다
노인네들은 몇 자 갖춘 말보다
제대로 표현할 줄 안다.
한 소절 울음 앞에
벚꽃 잎처럼 후르르
말이 무너진다
좋은 벚꽃! 몇번 더 볼 수 있을까 생각해 보고 보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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