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시와 글

꽃샘 추위 이종욱

한주환 2019. 2. 25. 01:02

살아서 갚을 빚이 아직 많다

새벽 공기를 돌려야 할 집이 아직 많다

죽어서도 물음을 묻는 무덤이 아직 많다

 


우리 발에 올가미가 걸릴 때

우리 목을 억센 손이 내리 누를 때

마주 보는 적의 얼굴



가거라

한치도 탐하지 말라

몇 점 남은 우리 몸의 기름기



겨울의 마지막에 아낌없이 불을 당겨

겹겹이 쌓인 추위 녹일 기름

한치도 탐하지 말라

 


우리의 머슴이 되지 않으면

우리의 주인이 될 수 없다

가져 가거라



마주 잡는 손과 손을 갈라 놓는 찬바람

꿈에 까지 흉측한 이빨 자국 찍고 가는 찬바람을

씨 뿌린 자가 열매 거둘 날이 가까왔다

 


번개가 번쩍이는 밤

우리는 얼마나 많은 죄를 지었는지 안다

갚을 빚이 얼마나 많이 남았는지 안다


식중독으로 뜬눈으로 새우는 밤

우리는 하늘의 뜻을 버렸음을 깨닫는다

무덤 속에서 살아 있는 불꽃과 만난다

 


바람이 셀수록 허리는 곧아진다

뿌리는 언 땅속에서 남몰래 자란다

햇볕과 함께 그림자를 겨울과 함께 봄을

하늘은 주셨으니



밴쿠버 꽃샘 추위가 오래 가고 있어도, 

Spring is just around corner in 2 weeks!


조금만 참으십시다. 


뿌리는 언 땅속에서 남몰래 자란다고 하잖아요


이렇게 반성하시면서,


우리는 얼마나 많은 죄를 지었는지 안다

갚을 빚이 얼마나 많이 남았는지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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