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그중 목이 푹 꺾여 앞으로 고꾸라진 노란 장미를 손으로 가다듬어 세우면서 바로 세우면서 생각했다. 할머니의 노란 장미 리스가 방문에 걸린 그 주, 기침 감기가 밴쿠버 일대를 강타했다. 아이부터 노인까지 기침을 안 하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 뉴스에 의하면 캐나다 북부의 만년 빙하가 이상 고온으로 녹으면서 그 안에 갇혀있는 고대의 바이러스가 밖으로 나와 생긴 일이라 했다. 그 바이러스가 노인들을 그냥 지나칠 리 없었다. 목이 앞으로 푹 꺾인 로즈메리 할머니 모습이 보였다. 방에는 고농축 산소를 보급하는 대형 컨테이너가 윙윙 소리를 내고 돌아가고 있었고, 할머니 코에는 Compressed Oxygen Breathing관이 삽입되어 있었다. 할머니 모습은 며칠 전 내가 손으로 잡아주었던 그 노란 장미처럼 보였다. 할머니는 이틀 뒤 돌아가셨다. 난 인간의 죽음을 소멸이라고 생각한다. 자연스러운 소멸, 꽃이 시들고 목이 꺾이듯, 인간도 그렇게 사라지는 것이라고. 하지만 그중에 조심스러운 손짓으로 바로 세운 다음 리스로 만들어 문에 걸어두고 싶은 그런 소멸도 있다. 그렇게 해서라도 조금도 기억하고 싶은 삶. 나에게 로즈마리 할머니는 그런 분이다. 내가 이 글을 쓰는 것, 그건 나만의 리스 만들기다. 두고두고 기억할 수 있는 나만의 보관 법 -- 브런치 북캣 꽃은 리스로 오래 남을 수 있죠 중에서 리스는 Wreath이고, 글이 점점 좋아지시네요. 나만의 리스 만들기? 월등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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