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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를 위하여 윤진화

한주환 2019. 1. 27. 23:08


배추를 사서 김치를 담그자. 칼을 긋고 벌린다. 



은밀한 속살에서 원시 림의 향기가 살아 다른 몸으로 전이된다. 

이 참을 수 없는 원 죄를 꼭 붙들라, 누군가 성호를 긋고 있다. 

배추를 벌리고 소금을 넣으며 떠올리는 야릇한 경계, 

신을 모방하는 손길. 대개 배추는 속부터 간이 들어야 제 맛이다. 




신은 내 머리를 벌리고 밀어 넣는다. 

채 썬 무, 엇비슷한 키를 가진 갓을 섞어 밀어 넣는다. 

대개 본연의 형태를 저버린 것들이지만 그것들이 속을 더 꽉 채운다. 



그래, 그렇다 치자. 사내인 당신이 나를 가르고 내 속을 채우던 날을 기억하자. 



짜디 짠 눈물과 젓갈을 버무려 넣는다. 

그 속에 매운 고추, 파, 다진 마늘을 넣는 것은 기본이다. 

그것은 신도 알고 나도 안다. 




가끔은 달콤한 과일을 넣는다. 

혀를 속인다. 

몸을 속인다. 

익어가는 모든 것들은 맛있다. 



알맞게 간이 밴 내 몸과 또 다른 배추를 찾으러 시장을 기웃하는 신처럼, 

우린 맛있게 익을 권리와 의무가 있는 김치를 담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