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시와 글

버드나무집 여자 유홍준

한주환 2018. 3. 5. 22:14

 



버드나무 같다고 했다

어탕 국수집 그 여자, 아무 데나 푹 꽂아 놓아도 사는 버드나무 같다고......



노을 강변에 솥을 걸고

어탕 국수를 끓일 때, 



김이 올라와서 눈이 매워서 솥 두껑을 들고 고개를 반 쯤 뒤로 빼고 시래기를 휘저을 때,

그릇 그릇 매운탕을 퍼 담는 여자를,

애 하나 들쳐 업은 여자를, 머리 결이 치렁 치렁한 여자를


 

아무 데나 픽 꽂아 놓아도 사는

버드나무 같다고



검은 승용차를 몰고 온 사내들은

버드나무를 잘 알고 물고기를 잘 아는 단골처럼

여기저기를 살피고 여자의 뒷태를 훔치고

입 안에 든 어탕 국수 민물고기 뼈 몇 점을

상 모서리에 뱉어내곤 했다

 


버드나무, 같다고 했다



'내가 좋아하는 시와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우정인 것 처럼 사랑하기 하모니  (0) 2018.03.05
계란 프라이 마경덕  (0) 2018.03.05
비굴 레시피 안현미  (0) 2018.03.05
거짓말 공광규  (0) 2018.03.02
껍질과 본질 변희수  (0) 2018.0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