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어지기 전까지 저 딱딱한 것들은 물결이었다 파도와 해일이 쉬고 있는 바닷속 지느러미의 물결 사이에 끼어 유유히 흘러 다니던 무수한 갈래의 길이었다 그물이 물결 속에서 멸치들을 떼어냈던 것이었다 햇빛의 꼿꼿한 직선들 틈에 끼이자마자 부드러운 물결은 팔딱거리다 길을 잃었을 것이다 바람과 햇볕이 달라붙어 물기를 빨아들이는 동안 바다의 무늬는 뼈다귀처럼 남아 멸치의 등과 지느러미 위에서 딱딱하게 굳어갔던 것이다 모래 더미처럼 길거리에 쌓이고 건어물 집의 푸석한 공기에 풀리다가 기름에 튀겨지고 접시에 담겨졌던 것이다 지금 젓가락 끝에 깎두기처럼 딱딱하게 잡히는 이 멸치에는 두껍고 뻣뻣한 공기를 뚫고 흘러가는 바다가 있다 그 바다에는 아직도 지느러미가 있고 지느러미를 흔드는 물결이 있다 이 작은 물결이 지금도 멸치의 몸통을 뒤틀고 있는 이 작은 무늬가 파도를 만들고 해일을 부르고
후라이 판을 약한 불에 올려놓고, 올리브 유를 두른 다음, 고추를 볶았다. 다진 마늘, 소금을 넣고 강한 불로 올려 멸치를 넣었다. 매운 맛이 멸치에 푹 배도록 바삭하게 볶아내어 저녁상에 올렸다. 집사람은 고추장, 간장을 넣는다. 이거 먹다가 문득 생각난 시다. 한국이 4월 하순이면, 해운대에서 동해안으로 10km 쯤 올라가면, 대변이라는 포구가 있다. 한 뼘 만한 생 멸치 회가 한창 맛이 올라있을 때이다. 언제 한번 가보길 권한다. 가거든 멸치 회를 양념에 무치지 않도록 주문해야 제대로 맛을 이해할 수 있다. 마른 멸치든 회든 많이 먹어야 한다. 우리들 나이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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