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주절주절

눈왔다

한주환 2024. 1. 18. 09:43

연금이 나오니 일을 안 해도 별로 부담이 없다.

생활비, 렌트비 걱정도 안되고 가끔 캐쉬잡만 하다가 봄이 되면 현장일을 하면 된다.

눈이 왔는데 오후 3시쯤 조금 그쳤다. 차 위눈을 치우고 호수를 걸으려고 나갔는데 높이가 34cm 되는 장화위로 눈이 들어온다.

밴쿠버 산 지 20년인데 제일 많이 쌓인 눈이다. 맥도날드 모닝커피도 못 마시고, 그냥 집안에 있다가 잠깐 나갔다.  여기서 여자 모델이 사진을 찍는다.

방해를 안 하려고 기다리다 찍은 사진이다. 족히 30cm가 넘게 야외테이블에 쌓였다.

너무 눈이 많으니 가지가 축 처졌다. 처진 쳐진 이젠 가물가물하다.

재작년엔 1월에 차에 삽을 실고 다니면서 눈을 치우고 출근, 일 끝나고 다시 삽으로 눈을 치우고 차를 끌고 나오는데 못나오니 원청회사 매니저들이 밀어줘서 간신히 나왔다. 그때에 비하면 일 안해도 먹고사니 엄창 상팔자다.

그러니 이런 경치가 눈에 들어오고 즐겁다. 맘이 편하니 당연하기도 하고

재작년 1월에 눈 쌓인 호수로 아침 운동을 한다고 쟌! 하고 부르던 회계사가 생각난다. 

이 세상에 없으니 인생 무상이다.

인생이 종점에 다다르고 있다고 실감한다. 이런 경치를 다 보고 사니 말년이 행복한 거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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