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시와 글

민지의 꽃 정희성

한주환 2018. 7. 13. 20:53



강원도 평창군 미탄면 청옥산 기슭

덜렁 집 한 채 짓고 살러 들어간 제자를 찾아갔다



거기서 만들고 거기서 키웠다는

다섯 살배기 딸 민지




민지가 아침 일찍 눈 비비고 일어나

말없이 손을 잡아 끄는 것이었다

저보다 큰 물뿌리개를 나한테 들리고




질경이 나싱개 토끼풀 억새....

이런 풀들에게 물을 주며

잘 잤니, 인사를 하는 것이었다




그게 뭔데 거기다 물을 주니?

꽃이야, 하고 민지가 대답했다

그건 잡초야, 라고 말하려던 내 입이 다물어졌다




내 말은 때가 묻어

천지와 귀신을 감동시키지 못하는데

꽃이야, 하는 그 애의 말 한마디가

풀잎의 풋풋한 잠을 흔들어 깨우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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