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 쓴 글

사파리가 그리워요

한주환 2018. 3. 20. 06:05




1996년에 케냐 마사이마라를 갔습니다.





마라는 강이란 말입니다. 마사이족 강이지요




안내인이 도요타 파제로로 맨 처음 보여준 것이 사자입니다.



힐튼호텔에서 운영하는 마사이마라마 lodge 입니다. 나이로비 힐튼 분점인데

당시 사절단 organizer라고 독방을 받았는데,




밤새 한잠을 못잤습니다. 울타리도 없는 별채에 혼자 자는데,

아래엔 사자가 먹고 남은 뼈 무덤에서 인이 반짝거리고,

롯지는 이 언덕 위에 있습니다.



수 만 마리 물소가 울고 정말 사자가 언제라도 방안으로 들어올 것 같았지요.




싱가폴에서 20불에 산 발렌타인 30년산을 마시면서 파제로가 천정 전체가 열리게 개조되어

있어 고개를 내밀고 자연산 동물을 보았습니다.


근데 그리운게 이게 아닙니다.


캐나다 이민와서 처음 산 차가 safari였습니다. GM서 나온 97년형 사파리, 미니밴입니다.



9년이 지나서 차마 팔지 못하고 남을 주었습니다.



캘거리 모텔서 일하면서 끌고 갔지요.

캘거리, 보니빌, 도슨크릭 등등 안 돌아다닌 곳도 없습니다. 한번 나가면 몇 천km 기본이었지요.

합판, 목재, 드라이월, 쓰레기도 수없이 많이 날랐습니다. 차가 주저앉을 정도로.



운전하면서 찍은 사진입니다.

반대편에서 오는 차도, 따라오는 차도 없이 깨어 있는 것은,

나, 사파리, 들판에 앉아있는 소, 말 뿐입니다. 이렇게 10시간을 갔습니다.



16만km일 때 이태리계 백인에게 2004년 6천불에 샀지요. 조지 W. 부시가 재선에 성공한

개표 날에. 넘길 때 30만km를 넘었더군요.

물론 트랜스미션을 바꾸었습니다. 22만km인가서.. 그래도 엔진 조용하고 잘 나갑니다.

작년 9월에 세워놓았다가 올 7월에 시동걸었는데 배터리 연결하니 한번에 시동걸리고..


섭섭합니다. 같이 일하는 묵묵한 헬퍼였습니다. 영원히 배당을 요구하지 않는 익명의 투자자랄까.. 언제든 필요하면 도와주었고, 생계를 분담하다시피 했습니다. 최근 몇년간은 일년에 몇달만 운행했지만.


그래도 이사짐하는 새 주인은 탈 겁니다. 벌써 세차도 깨끗하게 했고,

주인을 잘 만난 것 같습니다. 사랑 받는 것 같아 좋았습니다.

언제든 필요하면 쓰게 해준다니 종종 만날 겁니다.


근데 2번 빌리니 렌트비 내라네요. 한국 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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