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주절주절

친조부모

한주환 2025. 3. 25. 03:26

선친이 누에 치는 잠실을 은행 빚으로 지었는데 갚으려고 장래쌀 빚을 얻으러 가면 친할아버지, 할머니가 동네 사람에게 주지 말라고 하고 다녔다.

장래쌀? 8말 한가마를 다음해에 1말을 더해서 갚는 시골 사채였다. 그때 이모, 외삼촌이 잠실에 살면서 돼지 키우고, 양계도 했는데 국민학교 4학년 때라 심부름하러 방학, 주말, 제사때마다 갔다.

제사때 친가에 가면 솥뚜껑 위에 돼지고기를 굽는데 그때 돼지 기름이 흔하지 않고, 냄새도 좋아서 엄청 먹고 싶었는데,

할머니가 3살아래 사촌동생만 주고 안줘서 울면서 잠실로 돌아왔더니 모친도 울었다.

일을 못하게 되니 과부된 둘째 며느리에게 쫓겨난 할아버지, 할머니도 차례로 데려다가 선친은 정성으로 모셨다. 모친에게 욕을 들어가면서 끔찍히 챙겼다. 나? 냉담하게 복수했다.

한번도 인사, 절도 안하고 투명인간으로 취급했다. 둘째에게 모든 재산을 물려 주었는데도 며느리에게 쫓겨나고 장남이 모셨는데도 고마운 걸 모르고 살다가 죽었다.

근데 죽었을 때 2번 다 선친을 대신해서 염도 하고, 상주도 대신해 주었다.

장례음식 전문가를 불러 3일장을 치루는데 다시 끓여도 부서지지 않는 코다리를 첨 알았다. 부의금도 받고 조부모 장례를 마감했다.

선친이 나중에 그러시더라 너 믿고 갈 수 있겠다고. 묘지 벌초도 한국에 살 땐 매년 했다.

그래도 친할배, 매에겐 감정이 아직도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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